이제 정말 아무 볼품 없어졌다는 사실을 깊게 깨달은 덕분인지, 몇 안남은 동네 친구들과의 술 한잔이 정겹다. 결국 나도 이렇게 될줄은 알았는데, 꽤나 씁쓸하다 요즘은. 쓸모가 없으니 버려진다는 사실에 익숙치가 않다. 그러다 제 살길이 불편해오면 누군가는 또 연락을 해온다. 나한테 연락해 오는 이유는 명료하다. 이혼하고 혼자 살고있으니 밤늦게 연락을 해도 부담도 없고, 경제적으로도 부침이 덜할거란 생각일거라 싶다.
응, 맞다. 홀로 살아갈 돈도 어느 정도는 여유롭게 있고, 그 어떠한 부대낌도 없다. 그러니 소갈비라도 먹고 싶은 날엔 그 누구라도 연락하시라. 사줄테니 말이다.
그런데 어떨 때엔 당황스러운 얘기도 듣는다. 당신들의 계획도 없는 섹스와 난교의 결과로 형성된 가정을 나보고 어쩌라고? 무슨 돈을 빌려줘. 아이가 고학년이 되거나 이사 갈 무렵이 되면 선배며 후배며 왜 하나 같이 돈 얘기를 난사하는건가. 난 당신들이 경제적 자립도 덜 된 채로 가정을 꾸리거나 계획도 없이 마구 출산을 하라고 강요한 적이 없는데.
되묻고 싶다. 난 혼자 사니까 역설적으로 더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 평생 고생만한 우리 엄마 전세계 여행도 시켜줘야 되고, 경비행기도 대여해 하늘을 누벼야 되는데 말이다. 당신들이 어느샌가부터 자식에게만 쏟는 관심처럼, 나는 나 자신과 우리 엄마에게만 관심을 쏟고 싶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 말이다. 이토록 멋진 세상에 태어나 핑계는 대지 말자. 본인 능력과 의지를 탓하란 얘기다. 그렇다고 몸을 팔아 상대의 경제력과 교환하는 식의 돈벌이는 하지 말았으면 싶다. 보는 내가 다 민망해서다.
허구헌날 폰만 만지작거리고 있지말고 폐지 줍고 노가다도 하며 쿠팡 알바도 하시라. 나도 돈이 궁한 청년 시절엔 그렇게 해왔다. 그러다 기회를 엿보시라. 여성이라면 최소한 아무 남자 앞에서나 벗고 섹스하는 창녀 소리는 살며 듣지 마시라. 대충 흘겨봐도 그런 부류의 여성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요즘이다. 순진무구한 남자들도 다 알고 있다. 당신들의 몸, 대부분의 부모가 아프게 낳아 온 정성을 다해 키웠을텐데 왜 그렇게 벗어대고 굴리고 은밀한 부위만 골라서 문신을 하고 그러시나.
총알보다도 빠른 시속 10만km의 속도로 태양 주위를 질주해가는 우리 지구에서, 나는 오늘도 뭔 개소리를 하고있나 싶다. 예쁜 띠를 간직한 토성과 바다처럼 푸른 수성을 생각케 된다.
그곳엔 지구 사람들과는 사뭇 다른 내 짝이라도 있을까 싶은. 나 오늘은 참 외롭다, 하면 뛰쳐나올 친구가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