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가게 마감을 하고 강변 건너 안동경찰서를 가로질러 집까지 걸었다. 8km 정도를 뛰다 걷다 했더니 땀도 제법 흐른다. 요즘은 운동을 하며 나훈아 아저씨 노래를 즐겨듣는데, 노랫말이 참 곱다. 황가람이 부른 <나는 반딧불>이란 곡도 이 밤에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듯하다.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하는 가사가 구슬프게 다가온다.
6년뒤 즈음, 정확히 50살이 되면 나는 뭘 하고 있을까. 빛나는 별이 될 수 있을까, 아니라면 내가 한 평생 벌레였단 사실을 그제야 아프게 깨달을 수 있을까.
이윽고 벌레였음을 인정하기 싫어서인지 나는 요즘 가게 짬짬이 시간에 열심히 공부를 한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 만점에 도전해 볼 요량이다. 개그맨 서경석이 취미삼아 한 도전에서 만점을 받고 역사책까지 낸 걸 보니 괜한 경쟁의식이 생겨버린거다. 나의 목표는 관광 가이드다. 외국인들에게 영어로 우리 문화를 소개하는 것. 역사의 변방에서 빛을 보지 못한 흥미로운 이야기들까지. 보람있지 않을까.
또 기타를 배우며 <오랜 친구에게>라는 특정곡을 연습하고 있다. 가수 쿨의 어느 앨범에 수록된 곡인데, 바닷가에서 여러 친구들이 모여 기타를 치며 즐겁게 부르는 곡이다. 가까운 미래에, 생사의 경계에서 사투를 벌이기 전에, 그리운 친구들을 다시 만나 얼큰히 취해 이 노래를 들려주려 한다. 이 또한 보람이지 않을까.
소설은 60%정도 완성이 됐는데, 영 어렵다. 에세이나 수필과는 완전히 결이 다르단 걸 느끼게 된다. 지난 주말엔 도서관에 들려 헤밍웨이와 양귀자, 김훈 선생님의 소설책을 모두 빌려 속독으로 다시한번 읽어봤다. 무얼 놓치고 있는지, 파천황의 혁신이 필요하진 않을지, 소설과 이론의 바깥에는 무엇이 있는지, 온종일 머리를 쥐어뜯으며 보이지않는 무언가를 찾으려 애썼더랬다. 결론은 뭐랄까, 도서관 매점의 맛있는 라면 맛으로 갈음이 된 바이다.
전성기 때 김연아는 이런 말을 남겼다. 어떤 생각을 가지고 연습을 하냐고 묻는 기자에게, “무슨 생각을 해요, 그냥 하는거지”라며. 대수롭지 않은 듯 멋쩍게 웃는 그녀는 그날 또한번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그래, 뭔 X발 말이 많아, 그냥 하는거지!!’
돌 볼 가정과 딸린 가족도 없는 나는 필히 더 열심히 살아야 함을 잘 알고 있다. 그래야 본전인 거다. 거룩한 무언가를 이룬다한들 가정을 꾸리고 사는 이들에겐 견줄 수 조차도 없는 내 삶이 부끄럽고 한심하지만, 이제와서 어쩌겠나.
……
긴 하루였다. <나는 반딧불>의 마지막 가사를 애써 마음에 담는다.
’개똥벌레여도 괜찮아, 나는 빛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