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도 혼자인 이유는, 뭐 간단하다. 다 헤어졌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때 시작 된 첫사랑부터, 대학교, 최전방 수색대 군생활, 해외유학, 대학원, 회사생활, 사회생활에서 만난 친구들까지. 모두 헤어졌다. 이혼은 덤이다.
기억에 남는 친구는, "엄마보다 오빠를 더 사랑해", 그리고 또다른 그녀는 "오빠 없으면 한강에 뛰어들어 죽을거야"하며 경찰까지 불러 댄 친구가 기억에 남는다. 그런데 그 친구들은 지금 애들 엄마가 되어, 그것도 고르고 골라 부잣집에 시집을 가서 보란듯이 잘 살고 있다.
음,, 그 이후로 나는 생각해봤다. 저런 찰나의 '개소리'들을 언제까지 들을까 싶은. 그런데 저런 개소리들은 현재도 진행형인 것만 같다. 나 뿐만 아니라, 지금 사랑을 시작하고 있는 그 누군가들에게도 매한가지로 다가온다. 예외인 경우도 천에 하나는 있겠지만. 거짓말 대회가 있었다면 내 전 여친들이 대상부터 장려상까지 싹쓸이 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어떻게 저토록 사랑하는데 하루 아침에 웬수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아인슈타인이 펼친 상대성 이론 보다도 난제로 느껴진다. 이게 가능할까?
세상에서 제일 사랑한다는데, 다음날은 서로 못잡아 먹어서 안달인거다. 대부분 헤어진 연인들이 그렇다. 아인슈타인을 다시 소환한다면 이 난제를 풀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지금도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것. 이것은 혹시 특수 상대성 이론으로 설명이 가능한건가 싶다.
근래 <first love: 하츠코이>라는 일본 영화를 봤다. 늘 그랬듯 첫사랑 영화는 따뜻했고, 감성 충만 했다. 내용은 별개로 치더라도. 인상 깊었던 점은 "내가 다른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더라도 당신을 언제나 기억 할 거에요.“라는 대사가 등장하는 지점이다.
마치 우리나라 영화 <희재>에서 민희재 역으로 분한 장진영 씨가 연인을 떠나보내는 그 순간에도 그 한사람을 생각한 것 처럼. 그런 특별한 한 사람이 참 그리운 요즘이다.
쉽게 말해 편의점에 사는 사람들 같다 요즘은. 한번 먹고 버려지는. 모두가 그렇게 살아가는데 내가 시대에 순응치 못하고 둔한 거 같기도 하다. 누굴 뭐라 할 일이 없다. 나도 빨리 시대에 순응해 간단히 먹고 버려지는 인스턴트 사랑에 적응을 하면 될 일이다.
우주 저 멀리 떨어져 있어도 가슴 아리는 사랑을 견지한 견우와 직녀 같은 진심어린 사랑을 꿈꿔온 나는, 요즘 시대에 걸맞지 않게 허황된 꿈이나 꾸는 덜 떨어진 놈이 아닌가 싶어진다.
참 씁쓸하다. 그래도 주위를 둘러보면 연인 모두가 코앞으로 다가온 크리스마스를 준비하고 있다. 아기 예수는 본인 탄생일이 다가오는 이즈음에 우리네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실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