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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기헌 Jan 05. 2023

마지막 잎새

2022년을 보내며

마지막 하루를 남겨둔 올해의 달력이 O.헨리의 <마지막 잎새>처럼 간당간당하게 매달려 있는 오늘 입니다. 그 해의 마지막 날은 늘 제 생일과 겹치다 보니 저는 그 의미가 배가 되어 다가오는 듯한 기분도 들곤 합니다.


아프다고 투덜거리는 저를, 그리고 여전히 영글지 못한 나를, 올해 내내 보듬어 주시고 애정을 주신 몇몇 지인분들께 한해 동안의 마음을 모두 모아 전하고 싶습니다.


올한해는 유독 얼마나 많은 눈물을 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함께 울며 토닥거려준 당신들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습니다.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단 하루도 천국을 생각해보지 않은 날이 없다. 하루하루의 생활이 지겨웠기 때문이다."


얼마전 작고하신 조세희 선생님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한 대목 입니다. 우리네 삶이 너무도 평온하면 타인을 생각 할 겨를이 없겠지요. 힘겨운 사람들은 그 평온함을 매일 생각하는데 말이죠. 이타성의 벤다이어그램과 같은 모습이 아닐까 싶은데요.


저는 올해로 우울증과 3년째 시름하며 아픈 사람들을 생각하게 됐고, 이혼을 겪으며 돌싱과 이혼 가정의 설움을 조금은 알아가게 됐습니다. 마흔이 훌쩍 넘은 나이에 혼자 살아가는 1인 가정이 어떤 기분인지도 계속해서 피부로 느껴가고 있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다 알겠던데, 그래서 한편으론 제 삶의 궤적이 얼마나 고귀하게 느껴지던지요.


백설공주 옆에는 키가 가장 작았던 일곱번째 난장이가 공주를 짝사랑 하며 늘 지근거리에서 묵묵히 공주를 지켰더랬죠. 그 마음과 그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생각하며 올한해를 갈음해야 겠습니다. 내년에는 무엇보다 '변하지 않는 것'과 '거짓없는 진실된 마음'을 소망 합니다.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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