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시작
새벽부터 서울에서 강릉으로 이사를 끝냈다.
포장이사는 정말 신세계였다.
촬영까지 겹치니 정신없이 짐을 정리하고 나니
어느새 오후 다섯 시.
집 앞 중국집에서 시킨 짜장면으로
새 집에서 첫 끼를 먹었다.
아직도 여기가 우리 집이라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냥 놀러 온 숙소 같았다.
많이 비웠는데도,
넓어진 거실을 보며 뿌듯했다.
(물론 지금은 다 꽉 찼지만… 하하.)
이사 다음 날은 떡집을 찾아 떡을 맞췄다.
관리사무소와 경비원, 이웃들에게 인사드릴 겸
아이들과 함께 떡을 포장했다.
마침 방송팀도 후속 촬영을 한다고 해서
우리가 떡을 돌리는 모습까지 카메라에 담겼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거실에 새하얀 피아노가 놓여 있었다.
제작진이 오래된 전자피아노 대신
새 피아노를 선물해준 것이다.
그 순간, 리액션이 고장 났다.
남편과 나는 그저 멍하니 서 있었다.
방송이 나간 뒤 지인들이
“알고 있었던 거 아니야?” 물었지만
진짜 서프라이즈였다.
그날 이후, 우리는 말도 안 되는 피아노 실력으로
아이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촬영을 마쳤다.
모든 것이 감사했다.
먼 곳으로 이사 온 우리에게
새로운 시작을 축하하는 선물 같았다.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가 방송에 담겨
언제든 꺼내 볼 수 있다는 것도
큰 선물이 되었다.
지금도 생각한다.
강릉살이의 첫 시작을
이렇게 따뜻하고 반짝이게 맞이할 수 있었다니.
받은 선물들을 기억하며,
이곳에서 깊고 진하게 살아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