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해줘 우리집 2탄

촬영과 이사 사이ㅡ

by 글방지기 감호

본촬영은 새벽부터 시작됐다.
이사만으로도 정신이 없을 텐데, 거기에 촬영까지.
지금 생각하면 웃음만 나온다.

이웃들에게는 미리 양해를 구했다.
“아마 하루 종일 시끌시끌할 거예요.”
말 그대로 새벽부터 저녁까지 집 안팎이 북적였다.
스태프들이 오셔서 머리를 손질해 주고,
옷을 맞춰 입히고, 화장까지 해주셨다.
그 뒤 야외촬영을 위해 집 뒷산으로 향했다.
아이들과 배드민턴을 치고, 줄넘기를 하던 그 순간—
두둥! 한가인 님과 신동엽 님이 나타났다!
TV에서만 보던 얼굴을 눈앞에서 마주하고,
우리 가족 이야기를 나누고,
그 장면을 카메라가 찍고 있다는 게
정말 꿈만 같았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촬영은 이어졌다.
우리가 왜 이사를 결심했는지,
앞으로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는지 이야기했다.
그 시간이 촬영 중 가장 의미 깊었던 순간이었다.
아이들이 도시 대신 자연에서 뛰놀며 자라길 바랐다.
그리고 우리 부부 역시
매일 변하는 도심의 파도에 휩쓸리기보다
우리가 꿈꾸는 대안공동체를
차근차근 세워가고 싶었다.
그나마 건강이 있고, 힘이 있을 때 말이다.
해가 저물때쯤 모든 스태프들이 돌아가고
우리는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도 모르게 밤이 지나갔다.


며칠 뒤, 진짜 이사하는 날,
이른 새벽 이사업체에서 오셔서
짐을 척척 옮기기 시작했다.
예전 같으면 일주일 전부터 박스를 구해
밤새며 짐을 싸고 있었을 텐데,
이번엔 뭘 도와야 할지도 몰라
그저 이리저리 밀려다녔다.


커다란 냉장고와 책상을 들어내니
그 안에는 뽀얗게 쌓인 먼지와 함께
그동안 찾지 못했던 보물들이 하나둘 나타났다.
내가 다섯 살 때부터 살았던 우리집,
단 한 번도 비어 본 적 없던 우리집이
드디어 휑하게 비워졌다.

그렇게 우리는,
바다와 함께하는 강릉살이의
첫 씬을 따뜻하게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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