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살이 1년을 돌아보며..
강릉에서 첫겨울을 보내면서 나는 자꾸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곳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곳저곳을 다니며 사람들을 만나면서, 강릉살이의 풍경을 조금씩 그려나갔다. 그렇게 겨울이 서서히 물러갈 무렵, 생각지도 못한 사건이 찾아왔다.
옆 동네 경포에서 대형 산불이 났다. 아이들을 등교시키던 길,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는 것을 보았다. 눈이 오지 않은 건조한 겨울과 강풍은 불길을 잡기 어렵게 했다.
며칠 동안 불씨는 옮겨 붙으며 해안가 소나무 숲, 나무, 집을 삼켰다. 헬기와 소방차가 총동원됐지만 바람이 너무 거셌다. 시민들이 조바심 내며 며칠이 지났을까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잠깐 내리는 단비가 도깨비처럼 튀어 다니던 불씨를 금세 잠재웠다.
그 사건 이후, 자연이란 존재를 다시 바라봤다. 아름답고 익숙한 풍경이라고만 생각했던 자연은, 이제 “생명이고, 생계이고, 우리의 삶 자체”라는 걸 깊이 느꼈다.
대형 산불, 가뭄,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까지. 지역의 생태환경에 대한 이슈는 대처하기 어렵지만 너무나도 중요했다. 나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이곳에서, 지속가능한 생태를 지킬 수 있을까?”
강릉의 첫겨울, 우리는 비치코밍을 시작했다. 쓰레기를 주우며 마주한 건, 우리가 사는 바다의 현실이었다. 그 경험은 나에게 말해주었다. “우리는 자연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이 문제의식은 나를 행동하게 했다. 지역에서 공감대를 만들고, 문화를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비영리단체 ‘다움연구소’를 만들었다.
첫 시도는 예술지원사업이었다. 자연이라는 거대한 예술작품을 충분히 사유할 수 있도록 활동을 기획했다. 활동가로서의 수입은 용돈 수준이었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것으로 지역에서 작은 변화를 시작했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다.
그러면서 나는 환경동화를 쓰기 시작했다. 바다에서 주운 유리조각, ‘바다유리’가 주인공인
‘초록이와의 여행’ 이야기였다.
그 계기로 여름에는 동화 유튜브를 운영하는 협동조합과 함께 ‘감호의 여행동화’를 연재하게 됐다. (어느새 벌써 3년 차다!)
첫 해는 정말 숨 가빴다. 비영리단체 설립, 예술지원사업, 창작동화까지. 나는 그렇게 우당탕탕, 그러나 의미 있는 강릉살이를 시작했다.
돌아보면, 자연과의 만남, 연결이 나에게 물음표를 갖게 했다.
그리고 나는 이제 느낌표를 향해 걸음을 내디뎠다.
그 모든 시작은, 바다에서 만난 작은 유리조각에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