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무엇일까
삶이란
삶이란 무엇일까. 나는 이 고민을 꽤 오랫동안 해왔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답을 찾지 못했다. 그런고로 내가 보기엔 아마도, 영영 찾지 못할 듯하다. 그럼에도 나는 오늘도 살아간다. 어제 잘 잔 덕분인지 오늘 아침에 개운하게 일어났다. 기분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날씨는 이 나라의 특성답게 한결같이 더웠다. 어제는 식은땀이 나고 콧물에, 기침까지 동반했으나 오늘은 마른 코에 약간의 기침 그리고 조금이나마 회복한 체력을 가진 나를 맞이했다. 그게 뭐라고, 참으로 기분이 좋아졌다. 하루에도 수십번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이 직업의 장점이자 단점이 아닐까 한다.
장점과 단점이 뚜렷한 직업이라는 걸 실감하는 해이다. 2주년이 된 지 벌써 꽤 지났다. 2주년을 맞이할 줄은 몰랐다. 나를 축하하며 휴가를 한국에서 보냈다. 2주년이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 2주년을 여기에서 맞이하고 싶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나는 이 직업으로 인해 많은 삶의 변화를 이뤘다. 최근 미국에서 함께살던 언니를 만났을 때에도 같은 얘기를 들었다. 언니는 미국에서 귀국하자마자 이 회사에 들어와 2년을 보냈다. 그리고 시간 관리 하는 방법이 이전과 철처하게 달라졌음을 이야기했다. 물론 나도 그렇다. 나는 조금 느긋한 성격이었다. 그러나 이제 나는 그렇지 않다. 물론 일이 없을 때, OFF가 연속으로 있을 때의 나는 한없이 느긋하다. 하지만 업무에 뛰어들면 또 다르다. 지독한 미니멈을 지킬 때에도 철저히 ‘나’위주로 생각한다. 내게는 아주 좋은 변화이다.
어릴 때부터 양보를 하고 자랐다. 물론 동생들도 내게 양보를 했다. 하지만 그 ‘누나’라는 중압감이랄까, 책임감에 휩싸여 나는 좀 더 제대로 나를 돌보지 못 한 듯하다. 좋은게 좋은 거였고, 최대한 두루두루 어울리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그렇지 않다. 내게 피해를 주는 일을 하지 않으며 나를 돌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약속을 잡을 때에도 ‘나’라는 사람이 1순위이다. 물론 누군가에게는 의아한 이야기일수도 있다. 난 원래 그래왔는데? 아주 잘하고 계셨다. 물론 나를 위한다는 건 남에게 피해주지 않는 선에서이다.
출근 3시간 전부터 알람을 맞춘다. 비행을 시작하면서부터 정립한 습관이다. 너무 이른 거 아니냐고 하지만 사실 1시간은 밥을 먹는 데에 쓴다. 허겁지겁 제대로 못 챙겨먹고 일을 가고 싶지 않다. 물론 그렇게 먹어도 이미 비행기에 도달하면 배가 고프다. 지금까지 무수한 아르바이트를 해봤다. 물론 직장 경험도 있다. 다른 건 몰라도 밥을 허겁지겁 다급하게 먹으면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었다. 그 경험으로 말미암아 나는 3시간 전에 준비를 한다. 딱히 엄청난 요리를 하지 않아도, 정성스레 내게 밥을 대접한다.
그리고 손이 느리다는 생각에 천천히 준비하고자, 물론 어떤 상황이 생길지 모르기에 넉넉하게 잡아둔 것도 있다. 보통 2시간 전에 준비하거나 정말 손이 빠른 분들은 1시간 전에 하는 듯하다. 자기 취향 문제인 것 같다.
여기에서 또 하나 배운 건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우리나라는, 잘 모르겠지만, 사회 특성상 자신의 캐릭터 표현에 수줍음이 많다. 좋게 말해서. 그래서인지 MZ세대들에 대해서 오랫동안 회사생활을 해온 사람들의 반응이 특이한 것 같다. 지금껏 보지 못한 캐릭터들이라니! 아무튼 다양한 국적이 있는 만큼 이 회사에선 대화를 하다가도 다들 자기 표현을 서슴지 않는다. 그건 참으로 멋진 일이다. 모두가 YES라고 할 때 NO라고 할 수 있는 건 사실 엄청난 용기이다. 그런 내게 다른 크루들의 NO는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은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NO라고 말하는 내가 좋다. 내 생각은 다른데 말야 라고 운을 띄우는 내 입술이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 않게 너는 그래? 라고 귀를 기울이는 그들의 반짝이는 눈빛이 썩 맘에 든다.
NO라는 거절은 오랫동안 내게 심층 과제였다. 돌려 말하면 잘 못 알아듣는 분들은 내 NO라든가, 생각해보겠다는 말을 YES로 생각하곤 했다. 하지만 이제 나는 당당하게 거절한다.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아니에요. 할 수 있다. 이제는! 이 직업은 때론 NO라고 해야할 일이 생긴다. 승객에게도 말이다. 없는 걸 있다고 하면 거짓말이 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나는 효율을 따지는 사람이 되었다. 그러므로 단칼에 거절하는 것이 내 시간과 타인의 그것을 절약하는 지름길임을 깨닫게 되었을 때 NO라는 말의 중압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2년이란 시간은 내게 그리 짧지 않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나는 어떤 면에서 성장했으며 그런 나를 사랑하게 됐다. 나를 좀 더 사랑하고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고 하는게 좋겠다.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지만. 그런 의미에서 인생은 요지경이란 말이 딱이다. 인생은 요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