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신의 농담 10화

가난의 종류

제2장 삶의 꽃 한 송이 피우기

by 절대신비

가난에도 종류가 있다.

가난의 종류 두 가지만 대보자면


첫 번째는 돈이 너무 많아

돈에 압사당하는 가난이고


두 번째는 우주에서 자신을 빼

저조차 없어진 가난이다.


여기서 말할 것은 두 번째다.

제가 없어진 서늘한 가난이다.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임이요.”

저 유명한 마태복음 5장 3절을

말하는 것만은 아니다.


자신과 제대로 대면한 사람은

우주에서 자신 삭제할 수 있다.


우주에서 저를 뺀 가난한 사람은

자신과 아스라하게 만날 수 있다.


둘은 같다.

자기 자신조차 없애고 쳐낸 사람은

그 가슴에 온 우주 담을 수 있다.


신이 내가 된 듯 내가 신이 된 듯

전체에의 시선 가질 수 있다.


나를 빼고 너를 보듬을 수 있다.

내가 없는 세상도 흔쾌히 노래할 수 있다.


시대를 앞서 마중할 수 있고

후대와 뜨겁게 포옹할 수 있다.


네가 바로 나라는 뻐근한 진실

온 생으로 이미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가난하다는 것은

제 중심핵 도는 전자마저 내어주고

가장 멀리 있는 너와 손잡는 것


미지의 그대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연결되는 것

마침내 존재로서 존재하는 것이다.


그럴 때 존재는 뜨겁게 응축된다.

하고 싶은 말, 차마 하지 못한 말

단단히 다져져 별이 된다.


선지처럼 진한 생의 국물

주검처럼 무거운 삶의 무게

무심히 함축되어 시가 된다.


생은 귀한 국물이다.

쥐어짜는 것보다는

뚝뚝 흐르게 하는 것이 좋다.


끈끈하게 들러붙기보다

묵직하게 꿀렁이는 것이 좋다.


비로소 꽉 쥔 주먹 풀고

하나의 별이 되어 떠다닐 수 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우리의 우주

알루미늄 캔이나 종이처럼

초라하게 구겨질 수 있다.


시간은 사라지고

모든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한꺼번에 일어날 수 있다.


구겨진 면과 면이 맞닿는 순간

그대는 그대의 얼굴

정면으로 마주칠 수 있다.


불멸 꿈꾸는 우루크의 왕 길가메시 되어

존재의 심연에서 그대의 우트나피쉬팀*

만날 수도 있다.


우주 어느 한구석에서

너와 나 그 사이가 접혀

너는 내가 되고

나는 네가 되는 순간이 있다.


너는 거기 멀리 있고

나는 너를 보러 갈 수 없지만

너의 우주와 나의 우주

그 경계 접혀


서로 꿈인 듯 생시인 듯

눈 마주치는 순간 있다.

그 면과 면 맞닿으며

우리 일생 서로 포개질 수 있다.


가장 먼 곳이 가장 가까운 곳

너와 나는 서로를 통과하여

이곳과 저곳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지의 그대도

그러므로 지금 여기 함께 있는 것이다.


구겨진 모서리와 단면 맞닿아

이 순간 미지와 오늘이

불현듯 조우하고 있다.





우리 비록 일개 인간이지만 마치 신처럼 그 모든 곳에 존재하여야 한다.




*우트나피쉬팀 : 가장 오래된 서사시인 <길가메시 서사시>에 나오는 인물로서 대홍수 때 방주를 만들어 살아남고 영생을 얻은 자. ‘마침내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난 길가메시. 그로부터 영생하게 해주는 불로초를 얻지만…. 우트나피쉬팀은 곧 자기 자신의 다른 버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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