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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경철 May 04. 2022

나는 그런 식의 대답은 할 수가 없다.

안똔 체호프의 ‘지루한 이야기’ 중에서

나는 누군가에게 충고나 조언이나 뭐 그런 것을 말하는 것이 어렵다. 이유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걱정이나 고민의 말을 들을 때 머릿속으로 무슨 말이라도 해 줘야 할 것 같아 이리저리 할 말을 궁리해 보지만 적당한 말을 찾기가 쉽지 않다. 같은 경험이 없는 경우라면 말할 것도 없고 설령 같은 경험을 했다고 할지라도 상황과 환경이 다르고 무엇보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도 다르지 않은가. 나의 어설픈 경험을 이야기하자니 별 영양가 없는 실없는 소리가 되는 것 같고 인생의 정답 같은 말을 하자니 그걸 몰라서 나에게 이야기하겠나 하는 마음이 들어 이리저리 궁리하다 보면 어느새 나는 ‘그래 힘들겠다….’이런 정도의 말밖에는 하지 못한다.     

 

얼마 전 첫째 아이가 풀이 죽어 집에 들어왔다. 자신이 좋아하는 친구가 자신이 싫어하는 친구와 요즘 부쩍 잘 지내고 있는 모습에 화가 났다는 것이 요지였다. 친구 사귀기를 힘들어하는 아이가 마음에 맞는 친구가 생겼다고 해서 반가웠는데 이런 복병이 있을 줄이야…. 무슨 말을 해 줘야 하나 난감했다. 여러 가지 말들이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지만 어느 하나 마땅한 게 없었다. 그러다 한 마디를 하긴 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네가 어찌할 수 없는 거 알지... 그래서도 안되고...’ 아이가 들었는지,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 말도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내 대답이 아주 이상하다. 어설픈 위로는 안 하는 게 나은 것 같다.   

  


안똔 체호프의 ‘지루한 이야기’     

그녀에게 무어라 답해야 할까? ‘일을 하도록 해’ 혹은 ‘네가 가진 것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줘’ 혹은 ‘네 자신을 성찰해’ 따위의 말은 하기 싶고, 하기 쉽다는 바로 그 이유에서 나는 그런 식의 대답은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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