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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경철 Apr 28. 2022

생명이란  인간의 이해를 넘어서는 기적

레이철 카슨의 침묵의 봄(Silent Spring) 중에서

얼마 전 하원하는 아이 손에 작은 화분이 들려져 있었다. 아이는 나를 보자마자 데이지 꽃이라고 말하고는 이번에는 꼭 잘 키워보자고 말한다. ‘이번에는 꼭’이라는 말이 들어간 이유는 작년에 유치원에서 가져온 화분들이 모두 죽어서 베란다 뒤편에 버려져 있기 때문이다.

나는 꽃 선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시들어버리면 쓸모없어져 버리고 화분도 같은 맥락에서 달가운 선물은 아니다. 그러니 작년에 아이가 가지고 왔던 화분의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었던 것이다.


봄이 되니 유치원을 오고 가는 길에 아파트에 심겨 있는 꽃이 하나둘 피어나서 색을 발한다. 아이는 당당하게 화단에 자리 잡은 활짝 핀 꽃에게도 예쁘다고 말하고 땅에 잡초처럼 핀 작은 꽃도 유심히 들여다 보고는 예쁘다고 말한다. ‘너무 예뻐서 가지고 싶은데 안 되겠죠. 꽃이 아프니까….’라고 말하며 못내 아쉬워하며 일어선다. 꽃이 아플까 봐 함부로 꺽지 못하는 아이의 마음이 예쁘다.     


아이의 유치원에 작은 텃밭이 있는데 올해부터 아이의 반에도 텃밭 한편이 할당되어 감자와 옥수수를 심었다고 들뜬 목소리고 아이가 말했다. 하교시간에 아이를 데리러 가면 아이는 내 손을 잡고 텃밭으로 간다. 손바닥으로 흙을 탁탁 치면서 다지기도 하고 손에 물을 받아 뿌려주기도 하면서 텃밭에 애정을 쏟는 모습을 보였다. 덕분에 나도 텃밭을 좀 들어다 보기 시작했다. 잘 관리된 땅은 촉촉하고 기름져 보였다. 며칠이 지나자 싹이 터서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살아 있구나. 살아 있는 것이었어…. 나는 새삼 느낀다. 식물이 살아있는 것을 아는 아이는 그 생명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아는 것이다. 나보다 낫다.


나는 아이에게 이번에는 꼭 데이지 꽃을 잘 키워보자고 말했다.     



침묵의 봄(Silent Spring) 레이철 카슨 중     

생명이란 인간의 이해를 넘어서는 기적이기에 이에 대항해 싸움을 벌일 때조차 경외감을 잃어서는 안 된다. 자연을 통제하기 위해 살충제 같은 무기에 의존하는 것은 우리의 지식과 능력 부족을 드러내는 증거이다. 자연의 섭리를 따른다면 야만적인 힘을 사용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겸손이다 과학적 자만심이 자리 잡을 여지는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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