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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경철 Dec 22. 2022

지극히 무지하다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의 '나무의 노래 중'에서

나는 첫째가 다양한 책을 읽었으면 하는 마음에 사회, 역사,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책을 빌려와서 읽게 한다. 아이는 글을 읽으면서 이해하지 못한 내용에 대해 질문하기도 하는데 아이의 질문에 속시원히 대답해 주지도 못할뿐더러 처음 들어보는 것도 더러 있다. 둘째는 좀 더 철학적인 질문을 한다. ‘사람은 왜 죽어요?, 시간이 간다는 게 무슨 뜻이예요?’ 거기다가 전문지식을 요하는 질문도 꽤 많다. ‘뼈가 없으면 어떻게 되요? 눈썹은 왜 있어요? 왜 많이 먹어야 되요?’ 등등    

  

나는 아이들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못하는 나의 짧은 지식이 때로는 부끄럽기도 하다. 그렇다고 ‘같이 알아볼까’ 하고 아이의 질문을 해소시켜주려는 적극성도 없다. 어떤 전문가는 ‘아이의 호기심과 질문을 그냥 넘기지 마라’고 했는데 이래도 되는 걸까 하면서도 나는 그저 아이의 말에 ‘그런 일이 있었구나. 이제 엄마보다 많이 아네’ 하며 동문서답을 하기도 하고 ‘그러면 어떻게 될까?’하고 아이에게 질문을 다시 돌리기도 한다.      


나도 아이였을 때는 저런 질문을 했을텐데 왜 이제는 그런 것들에 대해 궁금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냥 그런거라고 받아들였거나 자세히 알려면 너무 복잡하고 재미없으니 덮어두었다가 이제는 다 알고 있다고 착각하며 산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아이들의 질문은 세상은 넓고 나는 그 세상에 대해 정말 아는 것이 없구나 하는 것을 생각하게 되고 사람과 자연과 우주의 신비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알게 되는 것은 무지에서 시작하지만 무지의 끝은 없다는 것이 어쩌면 인생의 신비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의 나무의 노래 중에서

최근에 어떤 식물학자들은 연구소 식당 가는 길에 신종을 발견했다. 이 숲은 생물학의 오만함이 고개를 떨구는 곳이다. 우리는 주위의 생물들에 대해 지극히 무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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