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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진채 Oct 11. 2023

선호(選好), 그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선택

한여름을 피하기 의해 쉬었던 아침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어쩌다 보니 잠시라고 맘먹은 게 정확하게 두 달로 늘어났다. 오늘이 새로운 각오로 이틀째 운동하러 나간 날이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날이 흡사 겨울날 같다. 정확하게는 오늘이 10월 5일이니 이래서는 안 된다. 산하에 점점 물이 들어오는 가을 단풍이 어떻고 해야 할 때인데, 코끝이 시린 겨울이 눈앞에 어른거리다니·····. 

긴팔 옷을 입었지만, 손등에 잔털이 솟는다. 그래서 그런지 산책로가 허전하다. 이 시간이 좀 늦어서 평소에는 나를 포함한 노인들이 많다. 그 노인들이 용케도 사발통문이라도 받은 것처럼 반 이상이 안 나왔다. 놀라운 일이다.   

  

오늘 아침이 쌀쌀할 것이라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한 지역을 콕 집어서 예보해 주는 곳은 없다. 이런 건 척 보면 금방 알 수 있다는 그 영역으로 해석을 미루는 수밖에 없다.   

   

내가 가는 산책길이 강매역 밑에서는 서로 갈린다. 밑에 성사천이라는 도랑 같은 냇가가 있어서 양쪽 둑에 길이 있다. 그래서 개인의 선호에 따라 길을 선택할 수 있다. 둑을 따라 두 갈래로 찢어졌을 뿐 방향은 같고  수도 없이 많은 다리도 두 길과 같이 통하게 되어있다.  

   

해는 동쪽에서 솟는다. 아침이면, 동쪽에 면한 길은 나무 그늘의 영향으로 응달이 진다. 여름이면 사람들은 당연히 그 길을 택한다. 겨울이면 그 반대다. 

오늘도 얼마 되지도 않은 사람이 온통 햇빛이 드는 양지 길을 택한 것 같다. 나? 당연히 그쪽이었다. 걸으면서 보니 반대쪽 길은 거의 텅 비었다. 아직은 가을 초입인데 어쩌다 날이 잠시 헛짓한다고 사람들의 마음이 썰물처럼 빠져 흡사 겨울처럼 대응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금 눈 앞에 펼쳐진 길 말고 세상을 돌아보자. 지금 우리 앞에 일어나는 모습이 안 보이는가? 누가 오늘 아침이 싸늘할 것이라 말한 적이 없는 데도 많은 사람이 날이 추울 것이라 알고 운동하러 나오지 않은 것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사람들은 직전까지, 힘 있는 자의 하는 짓이 예뻤든 아니면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든 그런 건 따지지 않고 그냥 그윽하게 바라만 봐 왔다. 그러던 사람들의 표정은 이제 싸늘하게 달라지고 있는 것이 안 보이는가? 그 도화선은 별일도 아닌 어느 판사가 구속영장 하나 기각시킨 것밖에 없다. 

     

무슨 말이냐고? 그게, 좀 거시기하다. 다 까놓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내가 이런 식으로 말하면 못 알아듣겠어? 머리가 썩 좋은 편은 아니라는 것은 진작부터 알았었다. 머리가 안 따라줘서 못 알아듣는다면, 일단 더 할 말이 없다. 

구설(口舌)에 오르내리기에는 내 나이가 너무 많다. 내가 빵 근처에 얼씬거리기에는 너무 늙었다는 뜻이다.     

다만, 지금이 10월이면 날이 지날수록 찬 바람만 불 뿐 내년 여름 이전에는 이마에 땀 맺힐 날이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더해서, 달이 차면 기운다는 것은 눈치가 아닌 확신이다. 내 생각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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