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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진채 Oct 23. 2023

가을과 책

아무래도 가을이면 책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나는 평소에도 읽으려고 애를 쓰는 편이지만, 가을이면 새삼스럽게 더 많이 읽어야지 하고 다짐하곤 한다. 그런데도 올해는 유난스레 읽는 것에 자신이 없어지는 마음이다. 전에는 읽으면 5분 정도는 그 내용이 머릿속에 남이 있는 것 같았는데, 얼마 전부터는 읽는 순간에 파편이 되어 흩어져 버리는 것을 느낀다. 실시간으로 사라지는 짓이라면 애를 쓸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내가 가지고 있는 책 중에 제일 많은 것은 심리에 대한 것이다. 그때는 물론이고 지금도 거의 해득할 수도 없이 어려운 책이 많아도 너무 많다. 왜 이런 무모한 짓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지금도 후회하는 마음을 달래려고 빼 들고 읽는 시늉을 하는데 단 한 자도 쉽게 읽히지 않는다.


시집은 먼지 뒤집어쓴 채 한 귀퉁이에 몇 개 꽂혀 있는데 소설은 홀대했더니 어느 순간에 슬금슬금 나가버리고 단 몇 권만 책장의 제일 낮은 곳에 웅크리고 있다.


책을 모아놓는 방법은 참으로 옹색하다. 이젠 없어진 공씨책방 같은 헌책방의 진열대를 딱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책장이 부족하면 그 밑에 그냥 아무렇게나 쌓아둔 모습까지 똑같다.

티브이에 보면 훌륭한 장식으로 기품 있게 꽂혀 있는 서재를 보면 자연스레 기가 죽게 된다. 다행히 오는 사람이 전혀 없어서 자주 부끄러워할 일은 없다.


예전하고는 비할 바가 아니지만, 요즘에도 종종 책을 산다. 알라딘에서 읽기 만만해 보이는 것을 두어 권씩 골라오곤 한다. 책을 좋아하는 편이니 어지간하면 새 책을 사서 작가들을 응원하고 싶은데 태생이 촌놈이고 성격에 빈티가 절은 사람이어서 아직은 헌책이 만만하고 편하다.


한때는 때깔 나는 서재를 갖는 게 꿈이었으나 이제는 포기했다. 가능하면 숨이 멎는 순간까지 책을 읽을 수 있기를 바랐었는데 요즘은 눈이 안 좋아서 어찌 될지 알 수 없다.     


오늘은 차분하게 비 내리는 가을이어서 몇 자 적는 중이다. 금방 겨울이 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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