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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진채 Oct 27. 2023

비 쏟아지기 직전

산책길을 걷고 있는데 어제와 날이 아주 다르다. 약간 웅크리는 게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수도 있겠다. 중요한 점은 어제와는 다르게 차가운 느낌 같은 것은 사라지고 없다는 거다. 그래서 당장 걷는 사람들의 대응이 궁금했다. 거의 다 껴입었던 옷을 벗어, 양쪽 소매 끝을 잡아 허리에 묶었다. 당연히 양팔은 걷어붙였다.  

    

그런 모습으로 걷는 게 훨씬 더 활동적으로 보인다. 윗옷을 벗어 허리에 묶거나 비스듬하게 어깨에 묶는 것을 의외로 여자들이 선호하는 것 같다. 남자 말고 여자만 그러는 것 같다.

     

계절이 바뀌는 기간, 그러니까 환절기에는 이런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오늘의 날이 이러면 이들은 내일 아침 집을 나서기 전에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한 번 더 생각할 것이다. 대개는 아예 반소매 셔츠를 입은 위에 아주 얇은 옷을 걸치고 나올 것이라 나는 예측한다.   

  

남자? 남자들에 대해서는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 잘 아시겠지만, 내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는, 남자는 날이 추워서 한번 두꺼운 옷을 꺼내입으면 그다음 해 오뉴월이 되기 전까지는 절대 옷을 벗는다거나 하는 일은 드물 것으로 믿는다. 그게 남성의 성품이 진중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기온 차에 무딘 건지에 대해서도 나는 알지 못한다. 물론 남자의 전부가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나도 같은 남자지만 그 심리 저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갈 길이 아직 남았는데 하늘이 낮아진다. 여차하면 비를 뿌리겠다는 위협인 게다. 미처 준비한 게 없으니 달리 방도가 없다. 내리면 맞지, 뭐 하는 마음이다. 

     

여자분이 강아지 세 마리를 몰고 나왔다. 어린 녀석들은 좋아서 난리다. 쥐고 있는 줄 세 개가 헝클어져서 아직은 경험이 많지 않아 보이는 주인은 어쩔 줄 모른다. 천방지축인 녀석들을 통솔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순간이지만 내가 저런 일을 당했으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건, 욕먹을 소린데,

조막만 한 놈들이니 머리통을 두어 번만 쥐어박으면 군기가 확 잡힐 것 같은데·····.    

 

나더러 무식하다고? 그럴 것이다. 그런데 나보다 더 무식한 사람이 대한민국엔 많다. 정말이다.

결국 사무실에 도착할 때까지 비는 내리지 않았다. 그럼 됐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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