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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nnecting dot Feb 02. 2023

나에게 구미는 그런 곳이 아니었다

나의 미국유학 이야기 Part15.

인생에 있어서는 안 될 착각이 불러온 나비효과였다. 


크로거를 그만두고 마음을 추스르면서 이제 한국에 눈을 돌려 취업을 알아보고 있었다. 그러나 크로거에 나온 시기는 2005년 1월이었고 있는 3개월 넘는 크로거에서의 근무기간 동안 한국의 주요 기업 하반기 공채는 이미 끝나 있었다. 그럼 나는 상반기 공채를 위해  또 2~3개월을 넘게 기다려야 하고 그 시간을 백수로 지내야 한다는 사실에 하루하루가 피를 말렸다.


그러던 도중 LG전자의 채용공고가 눈에 들어왔다. 우리나라 주요 대기업은 상반기, 하반기로 나뉘는 공채로 신입사원을 뽑는 반면 LG는 특이하게 상시 채용을 통해 신규 인력을 채용하는 제도를 가지고 있었다. 난 엘지전자 홈페이지에 들어가 여러 채용공고를 찬찬히 훑어 보았고 그중 한 공고가 눈에 들어왔다


1. 주요업무 : LG전자 해외법인 업무 지원
2. 근무지 : 구미
3. 자격요건 : 4년제 대학 졸업 이상 / 경영학 전공자 우대


자세한 공고 내용이 더 있었을 거지만 내가 정확히 기억하는 채용정보는 위에 내용이었다. 내가 지원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혼심을 다해 온라인 지원을 마치고 계속 다른 곳을 알아보고 있는 도중, 나의 핸드폰으로 한국에서 모르는 번호의 전화가 울렸다. 


전화를 준 곳은 놀랍게도 LG전자 인사팀이었다. 나의 지원서를 보고 연락을 했으며 지금 미국에 체류 중일 텐데 언제 한국에 와서 면접을 볼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나는 좀 의아했다. 엘지전자와 같은 대기업이 나 같은 평범한 지원자한테 전화까지 걸어서 면접 일정을 잡으려고 하다니..


그래서 내가 인사팀 담당자에게 물어보았다. 


"지금 저한테 전화 주시는 이유는 제가 어느 정도 입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연락을 주신 건가요?"


그랬더니 솔직하게 매우 높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래서 그들은 나를 빨리 한국에서 보기를 원했다. 


내가 미국에서 공부했기 때문인가? 해외대 졸업생이 그렇게 보기 힘든 케이스도 아닐 텐데.. 의아했지만 그동안 크로거의 일 때문에 응어리졌던 내 마음이  풀어지기 시작했다. 이제 빨리 한국에 가서 엘지전자 면접을 보면 되겠구나... 나는 고민하지 않고 한국행 비행기 표를 끊었다. 


엘지전자 인사팀의 전화를 받고 3일 뒤에 한국에 도착하였으니 매우 빨리 액션을 취한 셈이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엘지 인사팀으로 전화해서 내가 왔음을 그리고 언제 어디서 면접을 봐야 하는지 물어보았다.


"네 내일모레 엘지전자 구미사업장으로 8시까지 오시면 됩니다"


????   구미사업장  ????

나는 뒤통수를 맞는 느낌이었다. 당연히 서울에서 면접을 볼 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공고를 보았다. 


"근무지 구미"


나는 큰 착각을 한 것이다. 업무가 해외법인 지원이었기 때문에 구미는 구주, 미주의 약자라고 생각한 것이다. 나는 졸지에 구미에서 일을 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지만, 집에는 내색을 하지 않았고, 면접일 하루 전 구미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모텔을 잡고 다음날에 있을 면접 준비에 대한 대비를 하였고. 초긴장 모드로 면접을 보러 갔다. 


엘지전자 구미사업자의 최종 면접자는 나를 포함하여 3명이었다. 원래 5명이었으나 구미 근무지라는 것 때문 2명이 면접을 포기하였다고 했다. 33%의 합격 확률이었고 면접을 마치자 나는 100% 내가 합격할 수 있음을 확신했다. 나의 경쟁자보다 월등히 면접을 잘 보았던 것이다. 그리고 소위 말하는 스펙도 내가 훨씬 높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합격을 못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면접을 마치고 인사팀에게 말했다. 


"미국에서 짐 정리를 하고 오려면 시간이 걸리니 합격 통지를 빨리 주셨으면 좋겠다고.."


집에 나가는 부모님께


"비록 꾸미지만 열심히 다니겠다고.. 엘지전자라는 대기업이지 않냐고.."


그리고 하루가 지났고 아침 8시에 나는 일어나 컴퓨터를 켜고 이메일을 체크했다. 놀랍게도.. 엘지전자에서 면접 결과 통지 이메일이 와있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이메일을 열었다..


"귀하의 뛰어난 자질에 불구하고.. 이번에 모시지 못하게 되었다...


또 한 번 나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이 면접을 위해서 미국에서 한국까지 왔는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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