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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nnecting dot Feb 01. 2023

이제 미국은 나에게 친절하지 않다

나의 미국유학 이야기 Part 14.

돈을 내면서 공부할 때의  미국과 돈을 벌 때 사는 미국은 너무도 다르다
나에게 냉담하게 대하기 시작하는 미국, 낯설고 힘들다




크로거에서 일한 지 거의 3개월이 돼가는 시점에 배정받은 크로거 지점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였다. 매장을 돌아 다시면 여러 가지 체크사항들을 둘러보고 있을 때 한 미국 노인분이 나에게 말했다.  



"저기 진열되어 있는 Turkey의 뼈를 뺀 무게는 얼마입니까?" 



나는 당황스럽기도 하고 어이가 없기도 했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 수 있나. 전체 무게는 상표에 붙어 있지만 뼈를 뺀 무게를 내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생각 없이 대꾸했다. 


"손님, 저도 그건 알지 못합니다" 



그 노인 고객은 물끄러미 나를 보더니 지나쳐갔다. 그로부터 며칠 후 우리 매장의  Chief 매니저가 나에게 면담을 하자고 했다. 네가 얼마 전에 손님에게 그렇게 성의 없이 대응한 것에 대해 컴플레인이 들어왔다면서 그날 일을 꼬치꼬치 물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치 나의 대답이 명확한지 영어로 실력을 체크하는듯한 기분도 들었다. 나는 당황스럽기도 해서 버벅거리면서 대답을 한듯하다. 

또 같이 근무하던 동료들의 시선도 차갑게 변하기 시작했다. 나의 조그마한 실수에도 상부에 리포팅을하고 뒤에서 나의 대한 험담을 일삼았다. 점점 지쳐가는 하루 하루였다


그러부터 며칠 후.. 본사에 인사팀 담당자가 나를 찾아왔다. 



"요즘 너에 대한 리포트가 좋지 않다. 일단 영어의 소통 문제에 있어서 네가 고객을 매끄럽게 대응할 정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 앞으로 몇 주 더 지켜보겠지만 이런 상황이 또 발생되면 네가 여기서 일하지 않는 것이 더 좋을 거 같다. 그리고 네가 이 시민권자이기 때문에 워킹비자의 비용도 발생하는데 회사에서는 이것에 대해 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다. 워킹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네가 너의 비용을 들여서 진행하도록 해라"



누가 들어도 이 말은 회사를 나가달라는 말이다. 난생처음 직장에 들어가서 3개월 만에 권고사직을 당하는 것이다. 하늘이 캄캄했다. 미국에서 일하는 걸 너무 쉽게 생각한 것인가.. 아니면 크로거에서 일하는 것이 나의 능력 밖에 일인가..



지금 생각해 보면 애초에 유학생이 미국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또 미국인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고학력을 요구하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직업이 있어야 한다. 언급했듯이 의사, 간호사, 변호사, 세무사, 계리사 등등 이런 전문 업무를 해야 영어에 약점이 있어도 미국에서 직장 생활이 가능한데 나는 그런 것 없이 일반 미국인들도 할 수 있는 그런 업무를 내가 하고 있으니 이런 상황이 벌어진 거다. 




너무 순진하게 결정하고 미국에서 회사 생활을 결심하게 된 내가 부끄러웠고 사태 수습을 빨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제 곧 30살이 되는데.. 이렇게 가능성 없어 보이는 미국의 직장 생활을 더 이상 하는 건 무의미했다. 결국 며칠 고민 끝에 HR 담당자에게 사직을 표시하고 3개월 만의 미국 직장 생활을 접게 되었다. 마음은 조급해지고 이제 미국 생활은 접고 한국으로 돌아가 직장을 잡아야겠다는 생각만이 들었다.        


학비를 내면서 미국에서 생활할때 그렇게 친절했던 미국이 내가 돈을 벌기 시작하자마자 나에게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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