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시노 도미히로
2년 반 정도
장애인 민원상담실이라는 곳에서 일을 한 적이 있다.
그 사무실에는 종종 몇몇 장애인 분들이 단골로 오셔서
커피도 타 드시고, 궁금한 점을 물어보곤 하셨는데
어느 날
유명 여배우가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 뉴스는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고
한동안 먹먹해지고 뒤숭숭한 마음으로 보내야 했다.
그때
팔꿈치 아래로 절단을 당한 중도 장애를 가진 A씨가
혼잣말처럼 했던 말은 지금도 나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팔만 온전하다면 나는 무슨 일이라도 하며 어떻게든 살아볼 텐데...”
현대사회에서 죽음은 특히 자살은
하나의 문제 해결 방법처럼 보인다.
수많은 선택지 중 하나이고,
그것을 자신이 선택하는 것 또한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금문교는 도시의 상징물이자
관광명소인 동시에
건설 이후 1700여 명이 투신을 하는 '자살다리'라는
오명을 안고 있는 다리였다.
특히 아침 출근 시간 그 다리 위에 올라가 있던 여성을 향해
일부 사람들이 보인 반응은 차량 정체에 대한 짜증과
"뛰어내릴 거면 빨리 뛰어내리라"는 불만 섞인 악담이었다.
이 두 가지 이야기는
어떻게든 살아보려는 사람과
삶을 이어가지 못해 투신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 대한,
또 그것을 바라보며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시각이 전혀 다를 수 있음을
알려준다.
시화작가 호시노 도미히로는
대학을 졸업하고 시립중학교 부임 후 두 달 만에
체육동아리 활동을 하다 경추에 손상을 입고
목 아래로 전신이 마비되는 불운을 겪는다.
그의 나이 24살 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붓을 입에 물고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며 다수의 시화집과 전시회를 열며
생전에 800여 점의 작품을 창작했다.
그가 새삼 위대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구질구질하고,
지질한 삶이었을지도 몰랐을 삶 너머에 있는
새로운 삶을 바라봤다는 것이다.
내가 기대하고 예측했던 삶이
내 앞에 펼쳐지지 않을 때,
좌절과 절망이 아니라
새로운 삶이 있음을 알아채고,
담담하고도 당당하게 받아들이며
자신의 삶을 움켜쥐었던 호시노 도미히로.
이 시는
그의 삶을 대변하는 시이자 하루하루
평범하고도 작은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다시금 일깨워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