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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말 Sep 30. 2024

낯선 도시로의 여행 '눈보라'

랄프왈도 에머슨


하늘의 온갖 나팔 소리로 예고된

눈이 도착하고, 그리고 들판 위로 질주하며,

어디에도 내릴 것 같지 않다. 새하얀 대기는

언덕과 숲, 강, 그리고 하늘을 가리며,

정원 끝 농가에 장막을 씌운다.

썰매도, 여행객도 끊어지고, 안내인의 발길도

지체되고, 모든 친구들도 갇힌 채, 집안 사람들은 앉아 있다.

불타오르는 벽난로 주위에, 둘러싸인

사나운 폭풍의 운둔 속에.


와서 보라. 북풍의 석공술을.

보이지 않는 채석장에서 영원히

기와를 공급받아, 성난 예술가는

튀어나온 지붕으로 하얀 돌출부의 곡선을 이룬다.

모든 바람 불어오는 쪽 말뚝, 나무, 문마다 돌아가며,

속도를 내며, 무수한 손을 가진, 그의 거친 작업은

너무도 기발하고, 너무도 사나워서, 전혀 그는 개의치 않는다.

수나 비례에 대해. 우롱하듯이,

닭장이나 개집에 그는 파로스 산 백색 대리석 화관을 걸고,

백조와 같은 형체를 감춰진 가시에 수여하고,

벽 사이 농부의 샛길을 가득 채운다.

농부의 한숨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입구에는

뾰족탑이 그 작품 위로 치솟아 있다.

그리고 그의 생애가 다가고, 세상이

모두 그의 것일 때, 그렇지 않은 듯, 물러나고,

태양이 출현할 때. 남겨진 놀라운 예술은

느린 축조 속에 흉내 낸다. 돌 하나하나,

한 세기에 건설될, 광풍의 한 밤 작업을,

눈의 야단스러운 건축을.




이 시에 등장하는 언어는 대부분 내가 아는 것들이다.  

그러나 이 시인처럼 언어를 적절히, 혹은 마구잡이로

배열하거나 섞지 못해 상투적인 글을 쓸 때가 많다.

 

이 시는

인위성이 없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시로써 완벽하게 구현해 냈다.


형식이라는 틀을 벗어버리고,

무질서라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었으며,

익숙하지 않고 예측할 수 없는

자연의 창조성을

시인만의 상상력과 필체로

이렇게 써야 아름다울 것이라는

의식을 깨트리고,

전환의 배에 오르게 한다.  

 

그래서

매우 낯설면서도 아름다운

도시를 방문한 느낌이다.   


이제 다시 한번 소리내어 읽어보자.

그리고 떠나보자.

이 시와 함께

낯선 도시로의 여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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