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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말 Nov 11. 2024

오늘은 타기 싫은 '열차의 기억'

테라야마 슈우시

내 시의 한복판을

언제나 열차가 달려간다.


그 열차에는 아마

네가 타고 있겠지.


하지만

나는 그 열차를 탈 수가 없다.


시인은 언제나 그 차창 밖에서

떠나가는 열차를 바라본다.




지난주 수요일

아는 지인의 남편 A씨가

어지럼증으로 갑자기

입원을 하게 되었다.


여러 가지 검사 결과 어지럼증은

뇌경색 유사 증세로 인한 것이었고

더 근본적인 이유는 과로 때문이었다.


비교적 자유로운 직업을 가지고 있었던

A씨는 새벽에 일어나 일을 하고

2시간 30분을 이동해 대학원 공부를 한 다음

다시 돌아와 일을 마무리하는 삶을

1년 넘게 이어가고 있었다.  


피곤하고 힘들었지만

비교적 건강한 상태라고 자부했던

50대 초반의 A씨는

겉으로 보기에 문제는 없어 보였다.


2주 전부터 머리가 아팠지만

일반적인 두통으로 여겼고

진통제를 먹으며 일과 공부를 병행했다.


남편의 갑작스러운 어지럼증과 입원으로

지인의 가정은 대혼란에 빠졌다.

아이 셋에 막내 아이는 이제 겨우

일곱 살이었으니 심장이 내려앉을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호전 돼 퇴원을 하고

A씨는 한 달의 휴가를 갖기로 했다.  

퇴원 기념으로 아는 지인 몇과 집으로 병문안을 갔는데  

그 자리에서 A씨는 이렇게 말했다.


"아침에 일어났던 침대와 저녁에 누운 침대가 달랐던 하루가

이렇게 끔찍할 줄 몰랐다. 이 세상에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음을

절실히 깨달았다" 


그는 잠시나마 죽음과 마주했다.

나 역시 밤에 화장실에 갔다 의식을 싫고 쓰러져

혼자 깨어난 적이 있다.  

한동안 밤에 화장실에 가는 것이 두려울 정도로

트라우마에 시달렸는데

이렇게 사람이 죽는구나라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시인의 시

한복판에는 언제나 열차가 달려간다.

하지만 시인은 그 열차를 타지 않는다.

아니 탈 수가 없다.

언제나 차창 밖에서 떠나가는 열차를 바라볼 뿐이다.


나도, A씨도

아니 우리 모두는

죽음이라는 열차에 수는 없지만

언제나 차창 밖에서 지나가는 열차를

바라보고 있다.


그 열차가 오늘 내 앞에

서지 않길 바라면서.

아침에 내가 일어난 침대로

다시 돌아가 잠들 수 있길 바라면서.  


그렇게 소박한 감사만으로도

하루하루 살아갈 수 있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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