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록
검은 머리 짐승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는 말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그만큼 사람은 바뀌기 힘들고,
자신의 잘못을 쉽게 인정하지 않을뿐더러
잘못인 줄 뻔히 알면서 그 잘못을 받아들이기란
자신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만큼이나
싫어한다.
1958년 9월 당시 미국 미니애폴리스 주의 레이크 시티에서는
종말론이 퍼지고 있었다. 그해 12월 21일 큰 홍수가 나서 지구가
멸망하고 극히 일부만 외계인으로부터 '구원'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이 종말론에 빠진 신도들은 한 곳에 모여 집단생활을 하며
종말을 기다렸는데 막상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자
충격에 휩싸이는 것도 잠시 신께서 세상을 더 구원하기로
했다며 기쁨으로 헤어졌다.
2005년 우리나라에서는
황우석 박사가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 세포에 성공했다며
대통령상, 과학기술상, 최고과학기술인상 등
국내 상이란 상은 싹쓸이할 정도로
국민을 희망에 부풀게 했다.
그러나 MBC PD수첩이 의혹을 제기했고,
그해 12월 사이언스 지가 황교수에 대한 의혹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며 옹호를 철회,
서울대에서 줄기세포 재검증을 하기 위해
10명의 조사 위원을 선정했다.
그해 12월 황우석 교수는 기자회견을 열고
줄기세포가 가짜라는 의혹에
11개의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었으나 대부분 오염으로 죽어
줄기세포를 확인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같은 달 김선종 연구원이 미국 피츠버그에서
세포를 바꿔치기했으며 논문 조작도 황교수가 한 것이 맞다고
시인하면서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실험실이 폐쇄된다.
한국과학기술인연합회에서는 성명을 통해
배아줄기 사태를 과학적 사기로 규정했으며
서울대조사위원회에서는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황우석 교수의 구속을 촉구했다.
이듬해 1월,
황우석 교수는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논문 조작,
연구원의 난자 제공 및 금전 제공에 대해서 모두 사과했다.
같은 달 사이언스는 황우석 교수의 2004년, 2005년
논문이 조작됐다며 공식 철회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일련의 과정에서
황우석 박사를 지지자하는 팬들은
정부 여야, 언론, 종교, 일반인 할 것 없이 늘어나게 되는데
황박사의 선처를 요망하는 탄원서가 각계각층에서 제출되었으며
황박사의 유죄 판결 이후에도 열광적으로
그를 추종했다.
이 두 가지의 이야기는
종말론이라는 사이비 신앙과
하반신 마비 환자도 벌떡벌떡 일어나게 될 것이라는
기적 같은 황우석 신앙이라는 점에서 닮았다.
휴거가 없다고 해서 종말론이 사라지지 않듯,
사람들은 자신의 믿고 있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기보다는 믿음의 방향을 틀어
자신의 상황에 맞추고
핑계와 변명을 갖다 붙여 재해석한다.
이런 현상을 인지부조화론이라고 부르는데,
살아가다 보면 이런 사람 한 명쯤 만나게 된다.
(요즘도 광화문에 가면 만날 수 있다.)
그때 이 시에서처럼
만두를 빚어보는 건 어떨까.
다른 생각 말고 만두 빚는 것에 온 신경을 써보는 것이다.
만두 빚기가 어렵다면
찐만두나 군만두를 안주 삼아
맥주 한 잔 마시면서 훌훌 털어 버리는 것도
좋으리라.
맹신적인 사람과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할 뿐
그 이상의 노력이나 에너지를 쓰는 것은
시간 낭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