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색

by 이지우

윤슬이 젖어든 조각배가 아름답다. 짜고 시큼한 강물의 옅은 향기가 어깨를 짓누르고 물안개가 숲을 삼키는, 그런 고적한 강변이다. 옅은 숨결이 느껴지는 것이라곤, 저만치에서 노를 젓는 흰 수염의 뱃사공뿐이다. 숲을 이루는 것은 하얗게 질려 죽어버린 종려나무들과, 방금 죽어버린 것 같은 흰색의 기러기들 뿐이다. 색을 잃어 순결한 흰색을 띤 것이, 한없이 고우면서도 이질감이 들었다. 그 속에서 실 한 오라기 없이 헐벗은 나는 하얀 갈대숲을 가로지르고 있었는데, 산자락이 분가루를 쏟은 듯 희게 된 것을 보고 나서야 내 피부가 이 세상의 유일한 색채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부드러운 공기가 나를 삼킨다. 아니, 부드럽지 않다, 따갑고 저리다. 아프다. 아니, 부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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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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