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내가 느낀 감정들은 대체로 무의미한 것들이었다. 가져봤자 이윤이 남지 않는, 아니면 되려 손해를 입을 수 있는 것들이었다. 때론 그런 무의미한 것들에 쉽게 휩쓸리고 구애받는 이들을 매우 석연찮아하곤 했다. 가져봤자 쓰임이 없고, 어쩌면 가지지 않는 것이 더욱 좋을 수도 있는 것이 ‘감정’이라 생각했다.
나는 아름드리나무 같은 사람이었다. 아니면 그보다 더욱 단단하고 거대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거센 바람이 가지 사이를 엉키고 성근 눈이 내리고 비가 험하게 내리든, 그저 가장자리에 돋은 잔가지만 부들거리는 그런 굳센 사람이었다고 감히 칭할 수 있다. 오래전부터 그런 로봇 같은 사람이 되길 원했다. 내가 유일하 가지고 있는 몇 없는 기억들을 넘어 훨씬 오래전에.
하지만 언젠가 의무적이 아닌 감정적으로 울어야 할 때가 있다. 다가오지 않길 바랐던 이별들과 지레짐작했던 이별들에게, 나는 기꺼이 나의 철덩어리 같은 심장을 잠시 양보해야 했다. 그때에는 어딘가 결함이 있는 듯한 느낌에 심란한 기분이 들었고, 내가 아직 물렁한 살을 가진 어떠한 살아있는 존재임을 잊지 않았다는 것에 다행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나란 그런 존재였던 것이다. 감정에 괜한 힘을 소모하지 않으려는 사람, ‘사람답다’는 그런 부류에 속하지 않으려는 사람, 곧은 침목 같은 사람, 버티고 버티다가, 언젠가 고작 옅은 진눈깨비에 놀라 끊어져 버릴 것 같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