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사

by 이지우

이상한 기분이 든다

문득 죽어버릴 것만 같은 기분, 모든 게 곧 사라질 것만 같은 기분이다. 유서를 써야 해요. 지금 곧바로 떠나기엔 이곳에 너무 많은 것들이 남아있어요. 굳어가는 몸을 질질 이끌고, 편백나무 의자에 쓰러지듯 앉는다. 남아있을 것들 위에.


재산은 없어요 이불에만 칩거하니까 모두 사라져 버렸어요 세 번째 서랍에 쓰다 만 일기가 있을 거예요 그 일기를 모두 채우는 게 내 목표였어요 몽땅 태우면 아마 제가 가져갈 수 있을 거예요 남아있는 가족들은 아직 십여 년 전의 안부만 기억하고 있을 거예요 영원히 그러도록 그건 놔두세요 식물들은 아직 청초하지요 근처 꽃집에 가세요 정성스레 돌보았으니 받아줄 거예요 살아있는 것들을 모두 데리고 가세요 남아있는 것들은 태우거나 버리세요 하지만 너무 많이 태우지는 말아 주세요 먼 길을 가야 하니 짐이 많으면 고단할 거예요


이제, 가야 될 시간이에요. 누군가가 속삭인다.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곤 종이는 누군가 썼다는 것을 알아보도록, 고이 반의 반으로 접어둔다. 침대 위에 바르게 누웠다. 이제 누군가 나를 이끌고 가려한다.

떠나는 것은 항상 미련이 남지. 아무리 외면하려 해도.


시간을


조금만


주시면


안될까요


너무


많은


것들이


남아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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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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