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by 이지우

아름다웠던 어린 시절의 기억은 어찌하여 삼인칭입니까.

심하게 폐렴을 앓았을 때의 기억이 문득 떠오릅니다. 가슴이 뒤집힐 듯 기침을 하다가 쓰러지듯 잠에 드는 것이 제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온몸은 터질 듯 끓어오르고, 두 눈은 금방이라도 빠질 것처럼 뻐근했습니다. 제 오른쪽과 왼쪽 가슴에 단단히 박혀있던 폐를, 작은 구더기들이 조금씩 갉아먹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고통 속의 기분은, 이제 깨끗이 바래버린 것 마냥 기억나지 않습니다. 척척한 폐 속 안 구더기의 느낌을, 온몸을 난로에 던져 넣어버린 것 같은 기분을 말입니다.

이제 그 기억은 더 이상 곰팡이가 삼킨 천장을 바라보지 않고, 이마를 수건으로 싼 나를 멀리서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춥고 더운 기분은 이제 내 것이 아닌 남의 것이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제야 기억은 다시 반납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잊으려 하지 않았던 기억도, 차마 보지 못했던 기억도, 모두, 전부.

아주 많은 시간이 지나서야 나는 나를 봅니다. 나는 그날 죽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예전의 기억은 나를 죽은 것처럼 기억하나 봅니다. 그 기억을 생산한 이는 아직 이곳에 살아있다는 것을, 정작 가져간 이는 모르나 봅니다.

‘기억을 잃어버리다’라는 문장이 이렇게나 적나라한 문장이라는 것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아직 나는 그 의미 없는 기억의 가운데를 찾아서 항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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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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