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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를 잘 살아내는 것 밖에는 없습니다.

오늘 하루를 잘 살아내는 것

by 김지웅

퇴근길에 휴대폰을 들여다보는데 날벌레 한 마리가 날아와 화면에 앉았습니다. 많이 지쳤는지 녀석은 좀처럼 떠나지 않았습니다. 평소였으면 후-하고 입으로 바람을 불어 내쫓았겠지만 오늘은 잠시 지켜보기로 합니다. 밝고 환한 것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 좁은 액정 안에서 위안을 찾고 있다는 것, 고된 하루의 마무리에 서 있다는 것. 어쩌면 녀석은 하루살이고 나는 인간이지만 별 다를 바가 없다고 느껴지는 하루였습니다.


고된 하루가 끝난 후에는 항상 달콤한 휴식과 보상이 주어지면 좋겠습니다만 아쉽게도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내일도, 그다음 날도 똑같은 일상을 반복해야 한다는 사실은 우리를 지치게 합니다. 그러다 보면 문득 '이렇게 사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막연함, 그로부터 오는 두려움은 우리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무력감에 소중한 하루를 망치게 합니다. 그 시간이 길어지면 우울하고 무기력한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우울과 무기력에서 벗어나 보람찬 하루를 보내기 위한 방법은 너무 멀리 바라보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루살이는 성체가 되면 24시간 밖에 살지 못합니다. 유충으로는 물속에서 2년을 살고요. 만약 자신의 짧은 생을 한탄하며 넋두리를 떤다면 얼마 남지 않은 시간마저 의미 없이 보낼지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여기 살아야 합니다.


불안은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걱정하는 것에서 옵니다. 게슈탈트 심리학의 창시자 프리츠 펄스는 과거와 미래에 신경을 쓰고 있으면 정작 현재의 경험을 자각하지 못한다며 현재 내가 경험하고 있는 것을 더욱 생생히 자각하길 권했습니다. 현재 자신의 욕구와 감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말이죠. 슈탈트 심리학의 '지금-여기'에 사는 것을 우리 삶에 적용시킨다면 '오늘 하루를 잘 살아내는 것'으로 표현될 수 있겠습니다. 막연한 미래나 되돌릴 수 없는 과거를 걱정하기보다 현재를 최선을 다해 살아내는 것입니다.


힘들고 지칠 땐 그저 오늘 하루만 잘 살아보겠다는 마음으로 지내보시면 좋겠습니다. 단한 계획이 없어도 그저 오늘을 충실히 살아가겠다는 마음 하나만 있다면 다가올 미래도, 지나온 과거도 더 이상 두렵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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