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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못 찾겠습니다.

나를 사랑하는 것이 행복의 시작

by 김지웅

저는 길치입니다. 직장 때문에 타 지역으로 이사 온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근방을 나갈 때면 내비게이션 없이는 운전을 못 합니다. 회식이 끝나고 주차한 곳을 찾지 못해서 뛰어다니며 경음기 버튼을 눌러 차를 찾기도 하고, 아내와의 연애 시절에는 몇 번이나 와봤던 버스터미널에서 길을 찾지 못해서 다툴 뻔도 했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붙어 지내고 직장까지 함께 취업한 가장 친한 친구마저 이런 저를 보며 '경이롭다'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그래도 요새는 많이 좋아져서 구글 맵을 켜면 버벅거리며 길을 찾아갈 수 있을 정도는 되었습니다.


살다 보면 앞길이 깜깜하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한 치 앞을 모르겠고, 방황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조급해지고, 이미 왔던 길을 잘못 온 게 아닐까 싶어서 다시 돌아볼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몇 번을 다시 돌아보고, 이 길이 맞는 건지 의심을 해봐도, 결국은 끝까지 가보기 전에는 모르는 법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모르는 것은 물어가며 느리지만 한 걸음이라도 더 떼는 것 밖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세상에 확실한 것은 없습니다. 그리고 내가 온 길도, 내가 가야 할 길도 정해진 답은 없습니다. 무엇이든 내가 생각하는 대로 되어야 한다는 오만한 태도가 나를 조급하게 하고, 마음이 꺾이게 만드는 원인이라는 것을 조금은 늦게 깨달았습니다. 그래도 길이야 어찌 됐든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긴 해야 합니다. 아내는 길치인 저에게 '자기가 생각하는 반대로 가면 거기가 맞는 길이야!'라고도 했습니다만 길치만의 촉과 근자감으로 꿋꿋이 나만의 길을 걸어갑니다.


길을 찾아 헤매면서 이것저것 재미있는 것도 많이 봅니다. 곧은 길로만 갔다면 보지 못했을 아름다운 풍경이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내가 길을 헤매는 것을 그저 여행이라고 생각했다면 조급하고 불안한 마음이 설렘으로 바뀌었을지 모릅니다. 앞으로는 불안보다는 설렘을 많이 느꼈으면 합니다. 저마다의 길에서 방황하고 있는 모두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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