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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하마 Nov 02. 2021

하드보일드 한 스토리와 시골생활

- 숲에서 듣는 나무들의 한숨 소리

  

  

  햇볕이 내리쬐어도 비바람이 휘몰아쳐도 그냥 서 있을 뿐입니다. 그냥 서 있는 게 삶이고, 삶이 우두커니 서 있는 겁니다. 욕심이 없기에 누구를 탓하지도 않고, 원망도 없습니다. 잘나 보이려고 치장하지도 않고,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 걸 핑계 대지도 않습니다. 봄, 여름, 가을의 계절을 보내고 이제 동안거에 들었다 깨어나면 주름처럼 나이테 하나 더 생기겠죠. 한해를 견뎌내는 일은 우주의 섭리를 깨닫는 일입니다. 초록으로 사는 건 숲의 아름다움을  더 하고, 위대한 생명의 서사시를 쓰는 일이라고 하지만 때로는 대처로 뛰어가고 싶습니다. 하지만 발목을 움켜쥐고 있는 뿌리를 생각하면 서글프고 그건 욕심일 뿐이죠. 그래도 한 번쯤은 뛰어가고 싶습니다. 실패해도 얻는 건 있겠죠. 현실을 깨닫는 거요. 멍청한 나무들은 그걸 모르겠지만. 한 평생 바로 이 자리에 서서 살아가야  하는 숙명을 다시 깨닫게 되겠죠. 그래도 미처 다 깨닫지 못한 부스러기는 가슴에 품고서 살아갈 것입니다. 두고두고 생각하는 나무로 서 있을 태죠.      

  


  가을 숲에 가면 나무들의 지옥이 보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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