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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기다리는 마음

새학기 전 날

by 미미 greenmeme

우리 반 아이들 만나기 하루 전날, 몸과 마음이 참 분주하다.



1년 동안 동고동락하는 교실의 장과 창틀을 정성스레 닦아본다. 놀잇감을 꺼내며 망가지거나 부러진 장난감은 없는지 살펴본다. 아이들과 함께 지내다 보면 교실의 물건을 세밀하게 보살필 기회가 없다.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기 전 교실을 정리하는 이 시간이 1년 중 나의 손길이 가장 많이 닿는 때다.

한쪽 벽면에는 ‘환영해요 ㅇㅇ반♡’ 글자가 쓰여있는 동그라미 가랜드를 붙인다. 너무 높게 붙이면 안 되지, 아이들이 들어오면서 못 볼 수도 있어. 교실 구석구석에 ‘책은 제자리에’, ‘미술 작품 전시하는 곳’, ‘점토는 주먹만큼 사용해요’ 등의 안내를 적은 종이도 붙인다. 물론 여섯 살 어린이는 글을 읽기 어려우므로 그림도 같이 붙여준다. 모여 앉는 자리는 엉덩이가 차갑지 않도록 따뜻하고 부드러운 러그를 깔아본다. 쇼핑몰에서 열심히 뒤져 고른 아이보리 색 소품이다. 러그를 까니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의자에 올라가 천장에 모빌 줄을 걸어본다. 교실에 들어오는 햇빛에 꽃 모양 아크릴이 투명하게 반짝인다. 구석구석 쓸고 닦고 정돈하다 보니 “어이구”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이만하면 된 것 같은데……나는 교실 문밖으로 나간다. ‘여섯 살 어린이’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문밖에서 교실 안을 바라본다. 어디 보자, 어린이가 들어오고 싶은 공간인가? 포근함이 느껴질까? 나라면 저 러그로 뛰어가서 누워보고 싶을 것 같은데…저기 놀잇감은 보자마자 마음이 훅 갈 것 같은데? 어디 보자……내가 보기엔 괜찮은데. 어린이의 눈에는 어떻게 보일지 알 수 없다.

우리 반 아이들 명단을 가져온다. 6살, 14명의 어린이다. 손가락으로 얼굴과 이름을 한 명씩 연결해 본다. 대개 어릴 때 찍은 사진이다. 이 아이는 무난할 것 같다. 이 아이는 왜 이렇게 심술이 난 표정일까? 실제로도 심술궂은 어린이일까? 우리 반에는 쌍둥이도 있다. 하나도 아니고 무려 둘이다. 경험상 쌍둥이는 기질이 꽤 달랐다. 아이들 사진을 살펴보니 갑자기 긴장된다. 어린이의 이름을 조용히 불러본다. 수없이 부르게 될 이름이지만, 이름을 불러보아야 비로소 ‘우리 반’ 어린이가 된 것 같다. 유치원에 찾아오는 어린이의 마음도 다양하겠지?


지금 내 마음은 반쪽짜리 하트다. 설렘과 기대하는 마음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두려운 마음도 있다. 어린이를 대하는 내일의 나는, 당황해도 당황하지 않아야 한다. 침착하게 어린이의 적응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에 ‘잘할 수 있을까?’ 두려움이 생긴다. 우는 아이가 있으면 어떡하지? 하지만 6살은 보통 기관 경험이 있기에 우는 경우는 많이 없다. 신입 아이 중에 까탈스럽거나 다루기 힘든 아이가 있으면 어떡하지? 그런 아이와는 서로 ‘길들이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1년의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기대감도 차오른다. 생글생글 웃는 아이들의 모습이 가득 찬 공간이 될 것 같다. 서로 다른 삐죽빼죽 모양이 둥글게 둥글게 모이는 모습이길 바란다. 어린이의 여정에 함께하는 내가 있길 바란다. 올해의 어린이에게는 ‘조금 더 친절하기’를 마음먹어본다. 어른도 친절한 사람을 좋아하듯 어린이도 친절함을 좋아한다. 나를 진심으로 반기는지, 어린이는 다 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일찍 잠자리에 누웠다. 내일은 하루 종일 긴장하며 서 있겠지. 새로운 상황이 펼쳐지는 날이기에 체력을 비축해야 한다. 어린이의 마음에 들기 위해 활짝 웃어야지. 소개팅만 첫인상이 중요한 게 아니다. 어린이와의 만남은 더욱 첫인상이 중요하다. 어린이의 마음에 선생님이 마음에 안 들면 다음 날 유치원에 안 온다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얼른 자야 하는데 눈은 말똥말똥 정신은 또렷해진다. ……나 내일 잘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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