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지중지하는 마음은 말문을 막는 마음이구나’

by 소혜


하얀 강아지는 매일 밤 모두를 살피느라 분주하곤 했다. 식구들이 잘 자는지 확인하듯 모든 방을 기웃거리다 물을 홀짝 마셨다. 그러고는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가 살짝 열린 문틈으로 얼굴을 쏙 내밀었다. 주로 새벽까지 깨어 있는 나는 보드라운 이마에 입을 맞추며 작은 몸을 끌어안았다. 그렇게 나와 함께 자던 강아지는 해가 뜨면 어김없이 엄마 곁으로 돌아갔다. 의중을 알 수 없는 동그란 뒤통수가 얄밉고 또 사랑스러웠다.


어느새 늙은 나의 강아지는 눈도 귀도 거의 멀고 감각이 둔해졌다. 이제는 모두를 살피러 돌아다니지도, 신이 나서 뛰어다니지도 않는다. 한 곳에서 얌전히 자다가 더듬더듬 걸어 나와 아무 데나 볼일을 보고는 다시 눕는다. 나는 그 모습이 서글퍼서 곤히 잠든 얼굴을 한참 바라본다.


이별은 준비한다고 해서 결코 쉬워지는 일이 아니라는 걸 안다. 되도록 오랫동안 유예하고 싶지만 결국 마주해야 한다는 것도. 그래도, 아직은 조금만 더 내 곁에 머물러줬으면 좋겠다. 우리가 함께 보낸 16년은 고작 시간이라는 말로는 다 담을 수 없다. 그럼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묻는다면 그것 또한 잘 모르겠다. 가끔 너무 소중한 것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말이 입안에서 자꾸만 걸려 넘어진다.


다만 한 가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이 아이가 나에게 사랑을 가르쳐주러 왔다는 것이다. 심장부터 목울대까지가 뻐근할 만큼, 아주 크고 귀한 사랑을.










제목 출처: 안담, 『엄살원』 서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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