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찰옥수수

by 소혜


올여름 나의 첫 옥수수는 유난히 달고 쫀득했다.

동네에서 작은 야식집을 운영하시는 사장님 내외는 이번에도 고소하고 달콤한 여름의 맛을 들고 우리 집 문을 두드리셨다. 초복이라고 닭죽을 끓여다 주신지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을 무렵이었다. 지난여름, 옥수수를 좋아하던 엄마와 내가 생각났다며 수더분하게 웃는 얼굴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찐 감자, 쌀떡, 닭죽, 그리고 옥수수까지. 투박한 봉지에 담긴 그들의 눅진한 마음은 늘 정겹고 따끈따끈했다.


이웃이라는 말이 가진 느슨한 밀도에 대해 생각해 본다. 가까이 살지만 얼굴을 자주 맞대지는 않고, 서로의 가정사에 대해 하나는 알지만 둘은 모르는 사이. 옆집 수저의 개수까지 훤히 꿰고 있던 시절은 한참 지났지만, 이웃이라는 두 글자는 갓 찐 옥수수처럼 마음을 잠시나마 따끈하게 데워준다.


매일 새벽까지 바쁘게 장사를 하면서도 앞집 가족이 먹을 옥수수를 챙기는 푸근함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찌는 듯한 여름, 후끈한 열기에도 아랑곳 않고 건넨 옥수수와 환한 미소는 모서리를 접어 간직하고 싶은 동화책의 한 페이지 같았다. 나는 어쩌면 이런 순간들이 지겨운 더위를 견디게 해주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여름과 더위는 여전히 내게 견뎌야 하는 숙제 같지만, 역시 뜨거운 찰옥수수는 후덥지근한 여름날 달달거리는 선풍기 옆에 누워서 먹는 것이 제일 좋다.


엄마가 또 복숭아를 한 아름 사 왔다. 잼을 만들기 전, 달콤한 여름의 맛을 나눠주고 싶은 얼굴이 떠올라 봉투에 몇 개 담아놓았다. 이웃 간의 정은 주로 음식으로 통한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자세히 털어놓진 않지만, 제철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함께 계절을 난다. 그렇게 알맞은 온도로 서로의 곁에 뭉근하게 오래오래 머무른다.


앞으로 뜨거운 열기와 짙은 초록에 몸이 흠뻑 젖는 계절이 오면, 달콤하고 쫀득한 찰옥수수와 그들의 다정한 마음이 떠오를 것 같다. 작은 열매처럼 단단히 맺힌 그 마음은 나의 여름을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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