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 Journey

떠난다는 것의 조건

by 지그시

떠나다

어딘가에서.


돌아가다

어딘가로.


‘떠나다’라는 말로는

완성되지 못한다.


‘돌아가다’라는 말이

늘 그 빈자리에

놓여 있었으니까.


우리는 가야 하는 곳이 있다고

떠나지 않는다.


숨 쉬듯 당연하게

그래왔듯


돌아갈 곳이 있었기 때문에

떠났던 것이다.


언젠가부터

떠난다는 것은

그런 의미가 됐다.


어느 날,

떠나야 하기 때문에

떠나야만 하는 사람은


떠나는 기차가 들어오는 곳

기쁜 얼굴로 기차를 맞이하는

여행객들 틈에서


등에 멘 짐보다도

더 무겁고 공허한 무게에

짓눌렸다.


똑같은 무게이건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수도 없이 휘청였다.


마치 중심을 잃고

기울어지는 팽이처럼


오로지 떠나기 위해

내딛는 발걸음은


그렇게 내내

흔들리고만

있었다.

이전 19화질문 / Ques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