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다는 것의 조건
떠나다
어딘가에서.
돌아가다
어딘가로.
‘떠나다’라는 말로는
완성되지 못한다.
‘돌아가다’라는 말이
늘 그 빈자리에
놓여 있었으니까.
우리는 가야 하는 곳이 있다고
떠나지 않는다.
숨 쉬듯 당연하게
그래왔듯
돌아갈 곳이 있었기 때문에
떠났던 것이다.
언젠가부터
떠난다는 것은
그런 의미가 됐다.
어느 날,
떠나야 하기 때문에
떠나야만 하는 사람은
떠나는 기차가 들어오는 곳
기쁜 얼굴로 기차를 맞이하는
여행객들 틈에서
등에 멘 짐보다도
더 무겁고 공허한 무게에
짓눌렸다.
똑같은 무게이건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수도 없이 휘청였다.
마치 중심을 잃고
기울어지는 팽이처럼
오로지 떠나기 위해
내딛는 발걸음은
그렇게 내내
흔들리고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