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기간 / Expiration

끝을 알리는 소리는 뒤를 돌아보게 만든다.

by 지그시

언젠가 문득

사람은 시작과 끝을 위해

살아가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태어나면서부터

수많은 시작과 끝을 거쳐

어른이 되고,


어른이 되어서는

더 많은 시작과 끝을

경험하면서


끝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아간다.


끝이 있다는 사실을

무척 자연스럽게

깨닫는다.


그만큼

늘 가까이에 존재하고

있다.


나에게도,

나의 소중한 사람에게도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에게도.


신이 유한을 준 건

고통을 주기 위해서일까.


혹은 고통을 끝내주기

위해서일까.


어느 날,

젊은 시절의 얼굴이 많이 사라진

소중한 사람의 옆얼굴이

눈에 천천히 새겨졌다.


세상은 어쩌면

자비롭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기회를 준다.


끝을 약속하는 건

끝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일이기에.


무엇보다 가치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서이기에.


소중한 것을

소중히 여길 시간은


언제나 충분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기에,


눈 앞에 있는 당신을

온전히 기뻐할 수 있었던

지난 날 또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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