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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희 Feb 17. 2023

[책] 우리는 이 별을 떠나기로 했어

우리가 SF 소설을 읽는 이유

우리는 이 별을 떠나기로 했어 : 천선란, 박해울, 박문영, 오정연, 이루카


SF 소설을 꽤나 많이 읽었는데, 이 책은 여태 읽었던 여러 SF 소설 중에서도 가장 속도가 나지 않았던 책인 것 같다.


총 5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 책은 “우리는 이 별을 떠나기로 했어”의 제목처럼 행성, 항성, 별, 지구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준다. 뿌리가 하늘로 자라는 나무(천선란), 요람 행성(박해울), 무주지(박문영), 남십자자리(오정연), 2번 출구에서 만나요(이루카). 이 중 천선란 작가의 단편은 다른 책에서 읽었던 거였고, 나머지는 처음 읽는 단편이었다.


이 책이 다른 SF 소설보다 읽는 속도가 느렸던 건 아마도 각 단편들이 갖고 있는 과학적인, 정말로 Science적인 내용이 강한 색을 띄고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낯선 용어가 나에겐 지나치게 많게 느껴졌고, 그래서 이야기의 선을 읽는 것에 방해를 받는 느낌이 들었다. 과학적 프로세스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가 지속되다 보니 그와 연결된 이야기 자체를 이해하는 것에 꽤나 큰 노력이 들어갔다.


다섯 편의 단편 중, 박해울 작가의 요람 행성과 오정연 작가의 남십자자리가 인상 깊었다. 생명, 가족, 그리고 지켜야 할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두 편의 단편은 SF 소설이 주는 감동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인공지능과 과학이 우리 주위의 모든 것을 움직이고 있는 미래 어느 시점의 환경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지켜야 할 우리의 마음들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어서 좋았다. 특히 ‘남십자자리’(오정연)의 경우 인공지능에도 기억과 감정을 심어주어 모든 것이 ‘인간’처럼 돌아가는 사회에서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사랑과 감정의 소중함을 말해줬다. 


모든 것이 ‘과학’과 ‘인공지능’, ‘기술’로 대체된 사회에서도 우리의 감정과 사랑은 남아있다는 걸 확인하고 싶어서 자꾸만 SF 소설을 찾게 되는 것 같다. 결국 남는 것은 ‘우리’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말이다.




요람행성(박해울)

p. 111

“어떻게 헛된 일을 했다고 말할 수 있겠어요?”


남십자자리(오정연)

p. 149

그 모든 센서와 자율 조정, 사물인터넷과 가상 풍경을 마다한 것은 해리였다. 시간의 흐름을 감지하고 바깥을 확인하는 것 정도는 스스로의 의지와 힘으로 해내야 한다는 작은 신념 때문이었다.


p. 207

매일의 기도는 항상 같았다. 몸과 마음이 먼저 죽는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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