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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Jul 25. 2022

물에 잠긴 아버지

한승원 소설

 근대사에서 대한민국의 아버지는 다른 나라의 아버지와 모든 면에서 다르다. 한국전쟁을 겪은 이 땅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또 다른 전쟁이었다.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무너지고 생존을 위한 처절한 삶이 이 땅에 아버지의 삶이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어머니의 삶도 함께 그랬다     


  새마을 운동과 보릿고개를 극복하기 위한 경제부흥 운동의 최전선에서 아버지들은 그렇게 살았다. 이념은 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피부로 와닿는 삶의 또 다른 형태였다. 그냥 죽은 듯 세태에 파묻혀 살아야 했다. 나보다는 나은 삶을 자식들에게 물려주어야 한다는 일념에 교육을 출세의 방법으로 내가 못 한 공부를 자식은 해야 하고 출세를 시켜야 한다는 막중한 임무는 생활전선에서 그들의 생명을 유지하게 한 정신이었다.     


  개발로 고향 땅을 잃어버리고 아무나 하는 부동산 투기에 끼지도 못하고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면 한 푼이라도 벌어야 했던 아버지의 이야기를 작가는 풀어간다. 아버지는 자기가 당한 일들을 자식들한테는 일어나지 않도록 미리 단속하며, 탈 없이 자라나서 남한테 시달리지 않고 살 수 있도록 노심초사했다.


  열 한 남매를 낳은 주인공 김오현은 작가의 이야기 일수도 있고, 이 땅의 아버지들의 이야기 일수도 있다. 시인이며 소설가인 일곱 번째 아들 ‘칠남이’의 입을 빌어 일제강점기와 6.25의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절절한 이야기를 장편소설 끝까지 남의 이야기하듯 들려준다. 그냥 한 편의 영화를 본듯하다.      


책 중에서

아내가 없었으면, 어찌 살았을까. 절망하여 술에 취한 그를 아내는 늘 가슴으로 품어주며 말했다. 

‘할아버지 유언을 생각해서라도, 저 주렁주렁한 새끼들을 봐서라도 이를 갈면서 살아야 혀라우.’

아버지 김오현은 거친 창해의 무인도처럼 외로운 존재라고 아들 칠남은 생각했다.      


책 소개     


물에 잠긴 아버지, 한승원 저, 2015. 10. 12. ㈜문학동네, 12,000원.   

한승원 –1939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남.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졸, 현대문학상, 한국문학작가상, 이상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한국소설문학상, 한국해양문학상, 한국불교문학상, 미국 기리야마 환태평양 도서상, 김동리문학상 등 수상, 앞산도 첩첩하고, 안개바다, 미망하는 새, 폐촌 등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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