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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Apr 08. 2023

김서형 지음 『전염병이 휩쓴 세계사』

코로나19가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전 세계로 확산하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0년 1월 말 국제적 공중보건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고,

3월 11일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인 ‘팬데믹’을 선포했다.

1968년 홍콩독감과 1009년 신종프루에 이어 세 번째 팬데믹 사례다.     


아프로-유라시아 교환 네트워크와 전염병     

- 실크로드와 천연두

- 바닷길과 페스트

- 몽골제국의 등장과 유럽의 흑사병

  1331년에 처음 발생한 흑사병이 처음 발생한 곳은 황허 유역의 허베이성이었다.

당시 도시 인구의 90%가 사망했다. 중국 남서부 지역의 윈난성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던 풍토병인 흑사병은 쥐를 숙주 동물로 삼아 기생하는 벼룩이 사람에게 옮긴다.      


1346년 몽골 군대는 제노바공화국의 카파를 포위하고 공격하려는데 갑자기 흑사병이 발생해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결국 몽골 군대는 퇴각하면서 흑사병으로 사망한 사람의 시신을 투석기로 카파 성안으로 던졌다. 카파를 기점으로 유럽으로 번진 흑사병은 1340년 말에 절정에 달했다. 당시 유럽에서는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 흑사병으로 사망했다.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뜻의 라틴어 ‘카르페 디어엠(carpe diem)'의 유행을 불러와 아침에 눈을 뜨면 사람들이 죽어 나가던 상황 속에서 남겨지니 하루를 의미 있게 보내자는 뜻으로 서로에게 해주는 인사말이었다. 살아남은 노동자는 몸값이 점차 높아졌다. 군인도 마찬가지였다. 흑사병은 1,000년 이상 유럽을 지배한 교회가 붕괴하는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이는 결국 새로운 형태의 국가가 탄생하는 데 중요한 토대를 제공했다.     


아메리카 네트워크의 결합과 전염병     

- 유럽인의 아메리카 이주와 천연두

  15세기 말 콜럼버스가 아메리카에 도착한 이후 30~40년 동안 유럽인이 아메리카로 이동하면서 수많은 전염병이 아메리카 원주민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 천연두와 홍역, 인플루엔자, 페스트, 티푸스, 디프테리아 등 모든 전염병은 아메리카 원주민에게 낯설고 이질적이었다. 한 번도 이런 전염병이 발생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아메리카 원주민은 면역력이 없어 목숨을 잃었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에 도착한 지 한 세기가 채 지나지 않아 아메리카 원주민의 90% 이상이 멸종했다. 스페인의 무기나 유럽인이 강조한 기독교의 힘 때문이 아니었다. 인간들과 함께 건너간 전염병 때문이었다. 전염병은 아메리카를 유럽의 식민지로 전락시키면서 세계사를 완전히 뒤집어놓았다.     


- 콜럼버스의 교환과 매독

  아메리카에서 유럽으로 이동해 인간의 역사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 질병으로 매독이 있다.

매독은 성적 접촉을 통해 옮기는 성병인데, 임신한 여성의 경우는 태아에게도 전염될 수 있다.

역사학자 크로스비는 “콜럼버스의 교환”에서 15세기 말 아프로-유라시아와 아메리카가 서로 연결되면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설명한다. 작물이나 동물의 교환으로 생태 환경이 변화된 것은 물론, 인간과 함께 이동하면서 의도치 않게 전염병이 여러 지역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아메리카에서 만연한 매독이 여러 지역에 확산하고 천연두나 홍역이 아메리카로 옮겨지면서 두 지역은 새로운 전염병 때문에 다양한 변화를 겪어야 했다.     


- 아프리카 노예무역과 황열병

  대서양을 건너 아메리카에 도착한 아프리카 원주민은 아메리카에 전염병을 옮긴 것이다.

아프리카 원주민은 웬만한 전염병은 이길 수 있는 면역력을 가지고 있었다. 노예로 팔린 아프리카 원주민과 함께 아메리카로 이동한 전염병은 황열병이었다. 황열병은 이집트 숲모기에 의해 전염되는 아프리카의 오랜 풍토병이었다.      


1793년 피라델피아에서 황열병이 발생했다. 18세기 후반에 미국에서 발생한 전염병 가운데 가장 치명적이었다. 8월에 시작된 전염병은 11월까지 당시 필라델피아 전체 인구의 10% 정도가 황열병으로 사망했다. 이 도시의 인구 약 5만 명 중에 2만 명 정도가 전염병을 피해 도시를 버리고 피난을 떠났다.     


산업 네트워크의 확대와 전염병     

- 도시화와 콜레라, 그리고 위생 개혁운동

  1871년 벵골에서 발생한 콜레라는 인도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까지 확산하여 수백만 명이 사망했다.

유럽으로도 번져 러시아와 폴란드에서는 25만 명 이상이 프랑스에서는 10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콜레라로 인해 1848년에 영국에 세계 최초로 공중보건법이 제정된다. 미국에서도 하수처리 시설을 하게된다. 1850년 미국에서 “매사추세츠주 위행 위원회 보고서”가 레뮤얼 섀턱에 의해 작성된다. 흔히 ‘섀턱 보고서’라고 불린다. 미국 사회의 발전을 위해 공중보건이 필수적이며 치명적인 전염병을 퇴치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서 위생과 공중보건에 치명적인 전염병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공중보건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 결핵이 드러낸 사회문제

  결핵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을 죽인 전염병으로 알려졌다.

기원전 7000년 무렵 수렵, 채집 시대의 화석에서 결핵의 흔적이 발견되고, 이집트의 미라에서도 흔적을 볼 수 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전염병인 결핵은 21세기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결핵은 산업혁명 이후 산업 네트워크의 형성과 확산 속에서 장시간의 노동과 불균형한 식사로 가난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널리 확산하였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가운데 결핵 발생률이 가장 높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 결핵 환자는 3만 3천 명 정도이며 다른 나라들에 비해 무려 일곱 배 이상 높다.     


- 대기근과 장티푸스

  조선왕조실록에 ‘염병(染病)이라는 단어가 총 736회 등장한다. 장티푸스를 가리킨다. 1898년 영국의 세균학자 알모스 라이트가 장티푸스 환자 및 보균자의 대소변에서 병원균을 발견했다. 1910년까지 격리 조치를 받은 메리 멜런은 요리사인데 장티푸스 무증상 보균자로 밝혀졌다.     


전쟁과 전염병     

- 미국 내전과 세균성 이질

  1861~65년까지 미국 연방이 북부와 남부로 분열되어 발생한 미국내전 동안 사망자 수는 약 62만 명이었다. 약40만 명은 세균성 이질이라는 전염병으로 사망했다. 당시 남군이 만든 앤더스빌 수용소에서 끔찍한 환경은 포로로 잡힌 병사들이 탈출을 막기 위해 수용소 주변에 울타리를 둘러치고 이 울타리를 넘는 사람들은 무조건 사살했다.

이 울타리를 죽음의 선(데드라인, dead line)이라고 한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1억 5,000만 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 제1차세계대전과 ‘1918년 인플루엔자’

  1918년 인플루엔자로 미국에서 사망한 사람은 약 67만 명이었고, 전 세계적으로 5,000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14세기 흑사병으로 4년 동안 약7,500만 명이 사망한 것과 비교하면 훨씬 치명적이다. 1988년 10월 23일 샌프란시스코 의회는 ‘마스크 조례’라는 법을 제정했다. 공공장소에 출입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만 했다. 같은 해 11월 1일부터 시행된 조례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을 경우 벌금 20달러를 내야 했다.     


- 현대 전쟁과 셸 쇼크

  셸 쇼크는 전쟁 신경증 가운데 하나다. 폭격이나 전투 상황 속에서 두려움 때문에 정상적인 사고나 걷기, 말하기 등이 불가능해진 상태를 말한다.     


현대사회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전염병의 진화     

- 아프리카의 식민화와 말라리아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말라리아 환자의 90% 이상이 사하라사막 이남 지역에서 발생한다. 기나나무는 남아메리카 볼리비아와 에콰도르가 원산지다. 1820년 프랑스의 의사 조제프 펠레티에와 조제프 카방투는 알칼로이드에서 키니네를 분리하는 데 성공했고, 말라리아 특효약으로 널리 사용되었다.

빙하기에는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와 호모사피엔스가 공존했다. 하지만 유럽에서 등장한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는 결국 멸종했고, 아프리카에서 등장해 전 지구적으로 이동한 호모사피엔스는 유일한 생존자가 되었다.     


- 글로벌 사회와 에이즈

  에이즈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의해 발생한다. 우리나라에서 보고된 최초의 에이즈 환자는 1985년 중동에서 일하다가 돌아온 근로자였다. 2000~2015년 우리나라에서 에이즈 환자는 450% 이상 증가했고 현재 1,000명 이상의 에이즈 환자가 존재한다. 90% 이상이 남성이고 10대와 20대 가운데 에이즈 환자 수가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서 에이즈를 예방하기 위해 사용하는 연간 예산은 90억 원 이상이지만, 환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바이러스는 증식에 불리한 조건이나 환경이 되면 증식을 멈추고 인간의 몸속에 오랫동안 잠복한다. 바이러스가 진화하기 때문에 에이즈 항생제 투약도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 21세기의 글로벌 전염병

  에볼라바이러스가 주로 가난한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발생한다. 10월 17일은 ‘세계빈곤퇴치의 날’이다. 세계은행에서는 하루 1.25달러, 우리 돈으로 약1,500원 정도로 생활하는 사람들의 상태를 절대 빈곤이라고 정의한다. 전 세계 노동자의 10% 이상이 절대 빈곤의 상태에 놓여 있다.     


  중국 대륙을 휩쓴 중증급성호습기증후군(사스SARS)는 2002년 11월 중국에서 처음 발생했다.

사스도 박쥐가 매개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조류인플루엔자가 위험한 전염병이었다. 2016년 겨울에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 때문에 달걀 가격이 폭등하는 현상을 겪었다.

2003년 미국에서 처음 발생했고, 2009년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했던 신종인플루엔자A가 발생했다. 당시 사망자 수는 1만 8,000명 이상이었다.      


흔히 인간만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좀 더 시야를 넓혀보면, 인류의 역사는 인간과 인간을 둘러싼 환경의 상호 작용으로 일어나는 다채로운 이야기다. 인간을 둘러싼 환경에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세균과 바이러스도 포함된다. 인류의 역사에는 인간과 전염병이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는지에 관한 이야기도 포함된다.     


책 소개

전염병이 휩쓴 세계사. 김서형 지음, 2020. 5. 8. (주)살림출판사, 14,000원.    


김서형 - 이화여자대학교 사학과에서 박사학위, 러시아 빅히스토리 유라시아센터 연구교수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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