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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Sep 28. 2023

명절 회상

제주도 명절 풍속

내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은 1960년대다.

그 당시 제주도는 먹을 것이 곤궁했다.

제사, 명절 같은 특별한 날이 아니면 고기, 떡, 쌀밥(제주방언, 곤밥)을 먹을 수 없었다.

특별한 음식을 먹는 제사, 명절을 손꼽아 기다렸다.

 

제주 속담에 ‘겟집 아이 몹씬다.(제사집 아이는 사납다)’라는 말이 있다.

제사를 모시는 집 아이는 특별한 음식을 가지고 친구들에게 인심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추석은 3일 전부터 시작된다.

음력 8월 15일 인데 13일은 돼지(도새기) 잡는 날, 14일은 떡 하는 날, 15일은 명절이다.

 

명절날은 아침부터 은 가지(작은 집)부터 차례를 지낸다.

친족 8촌까지 모여 차례를 지내고 음식을 먹고 남은 음식을 집집마다 나눠서 가져간다.

음식을 담을 그릇이 많지 않던 시절이라 떡, 고기 적갈을 적꼬지에 꿰어들고 다닌다.

친족이 많은 집안은 아침부터 밤까지 종일 친족집을 순회하며 마지막에 종손집 차례를 지낸다.

 

팔월 명절에는 새미떡을 많이 했는데 보릿가루로 만든 떡이다.

한 번에 다 먹지 못하고 보관하다 보면 떡에 곰팡이가 생긴다.

곰팡이가 생긴 떡을 명절이 지나 한참 동안 먹었던 기억이 새롭다.

 

1960년대 만 해도 음력 5월 5일 단오절 명절을 크게 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단오절 명절을 안 했다.

어려서 이유는 잘 모르겠다.

제주도는 논이 없고 밭농사가 주업이라 음력 5월이면 농번기라서 없어졌다고 추측한다.

 

설날 아이들은 세뱃돈을 받을 수 있다.

돈이 귀하던 시절이라 설날 아니면 오백원짜리, 천 원짜리 지폐를 구경할 수 없었다.

세뱃돈은 받는 즉시 어머니에게 보관해야 한다.

운이 좋으면 어머니와 협상해서 용돈을 마련할 수도 있었다.

내 돈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받는 기쁨에 설날을 기다렸다.

 

보도에 추석을 안 지낸다는 응답이 37%에 달했다고 한다.

머지않은 장래에 추석도 단오처럼 없어질 날이 올 것이다.

제사도 점차 간소화해서 조상 제사를 일 년에 한 번 지내는 ‘모듬제사’,

부부제사를 합쳐서 하루에 지내는 ‘합제’를 지내는 집안도 있다고 한다.

 

현대는 문물이 발전하고 편리해졌는데도 바쁜 일상에 친족 얼굴 보기가 어렵다.

제사의 의미는 무엇일까? 공자 시대에 유교적 의미로 조상숭배가 우선이었다면,

이제 제사는 바쁜 시대에 친족 얼굴 보는 이벤트라고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추석을 맞아 옛일을 생각해봤다. 2023.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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