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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권 독서법』

「인생은 책을 얼마나 읽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by 안서조

이 책의 부제목은 「인생은 책을 얼마나 읽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다.


책을 읽고 책을 읽은 소감이나 기억하고 싶은 글귀를 기록한다. 블로그에 올리고, 인터넷 ‘브런치’에도 기록한다. 내가 하는 책 읽기 방법이 맞는 것인지 궁금해서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의 저자는 하루에 2권 정도 읽고 서평을 쓴다. 대단하다. 속독법이나 ‘안구 트레이닝’ 같은 속독의 기법을 배운 것도 아니다. 독서라는 행위를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파악하여 어떻게 책과 마주할 것인지 생각해 본다면 읽는 속도는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다. 고 한다.


독서의 진정한 가치는 책의 내용을 전부 머릿속에 기억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가치를 느낄 수 있는 1퍼센트를 만나는 데 있다. 모든 내용을 머리에 꾹꾹 집어넣는 것을 전제로 한 독서만큼 헛된 것은 없다. 책을 빨리 읽는 것은 능력의 유무가 아니라 독서법과 연관이 있다. 정독의 저주에서 자유로운 사람과 정독의 저주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의 차이다.


책을 읽은 결과 어떤 지식이나 아주 작은 발견이 머릿속에 남는 것이 중요하다. 아주 작은 단편적인 것이라도 좋다. 무언가 인상적인 게 하나라도 남았다면, 그 독서는 성공한 것이다. 책을 읽고 그 안에 담긴 것을 하나도 남김없이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욕심을 버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 권의 책을 깊이 읽는 게 아니라, 많은 책으로부터 작은 조각들을 모아 큰 덩어리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느리게 읽는 사람은 이런 개념이 없다. 작은 조각들이 모이면, 그 조각들은 저절로 이어져 더 큰 지식으로 성장한다. 조립식 블록 ‘레고’로 큰 형태를 만들어 가는 이미지를 떠올려 볼 수 있다. 한 권을 정독하여 단번에 큰 블록을 손에 넣는 게 아니라, 일단 많은 책을 빨리 읽어 수중에 있는 블록 수를 늘리는 것이다.


음악을 듣는 것이 음이 배열을 빠짐없이 기억한다거나, 악기로 완벽하게 재현한다거나, 가사를 암기하는 게 음악을 듣는 본래의 목적은 아니다. 음악을 듣고 자신 안에 무언가가 생겼다면, 그것이 바로 음악의 근본적인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음악은 기본적으로 즐기는 것이다.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한 것이며, 흥을 북돋우기 위한 것으로 우리의 일상 가까이에 존재하고 있다. 음악을 들을 때처럼 독서를 가볍게 받아들일 수 없을까?


플로우 리딩은 정보가 물밀듯이 밀려드는 시대에 최적화된 독서법이다. ‘플로우flow’는 ‘흐르다’는 의미의 영어이다. 플로우 리딩이란 책에 쓰인 내용이 자신의 내부로 흘러드는 것에 가치를 두는 독서법이다. 이와 대조되는 것이 ‘스톡’형 독서법이다. 책의 내용을 머리에 담아두는 데 무게를 두는 기존이 독서법이다. 정보화 시대에 최적화된 읽기인 플로우 리딩을 실천하는 방법으로 독서 기법, 습관, 환경 조성 등의 각도에서 저장 강박을 버리고 다독 생활을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물건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사람들의 가치관이 소유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처럼, 다양한 웹 미디어가 침투하여 정보로 넘쳐나는 상황이다. 모든 것을 소유하려면 무리가 뒤따른다. 책이나 지식도 가까이에 두고 싶은 것만 남기고 그 외에는 남겨두지 않는 게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취사선택’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인생은 한 권의 책이 된다.’라는 말이 있다. 인생을 살다 보면 분명 다양한 일과 만나게 된다. 그리고 몇 가지는 일생의 분기점이 되기도 한다. 어떤 일을 계기로 어제와 같은 오늘이 오지 않게 될 수도 있다. 책을 읽을 때마다 얻는 것이 있다. 지금까지 몰랐던 정보나 지식, 혹은 자신에게 없었던 감성이나 가치관 등과 더불어 수첩에 한 줄 리뷰가 차곡차곡 쌓여가면 많은 책을 읽었다는 성취감과 기록이 축적되는 만족감도 맛볼 수 있다.

많은 책을 읽는 과정 그 자체를 즐기는 것, 책을 읽는 즐거운 인생, 편안한 책 읽기, 음악을 듣듯이 책을 읽는 것, 그것이 행복이 아닐까?


책 소개.

『1만 권 독서법』 인나미 아쓰시 지음. 장은주 옮김. 2017.01.19. (주)위즈덤하우스. 195쪽. 12,000원.


인나미 아쓰시. 서평가. 프리랜서 작가 겸 편집자. 주식회사 안비앤스 대표. 저서, 『프로 서평가가 알려주는 전해지는 문장을 쓰는 기술』 등.


장은주. 일본어 전문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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