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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명의 철학자와 9번의 철학 수업』

「나와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기초공부」

by 안서조

이 책의 부제목은 「나와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기초공부」이다. 카피는 ‘소크라테스에서 니체까지, 앎이 즐거워지고 삶이 이로워지는 철학 특강’이다. 철학에 관한 입문서로 읽었다.


과학과 기술을 통해 인간의 생물학적 한계를 넘어서려는 첨단 과학기술 운동은 ‘트랜스 휴머니즘 또는 포스트 휴머니즘’으로 불린다. ‘트랜스trans’는 ‘무엇을 넘어서’라는 뜻이고, ‘포스트post’는 ‘무엇 이후’라는 뜻이다.

인간은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과학과 기술을 통해 새로운 단계로 진입할 수 있다. 전통적 휴머니즘이 동물과 인간을 구별한 것처럼, 포스트 휴머니즘은 인간과 비非인간의 차이, 즉 인간과 로봇의 차이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하여야 한다.


더 나은 삶, 인간다운 삶은 항상 욕망을 통제할 수 있는 가치를 전제로 한다. 모든 이야기는 종말에서 시작한다. 인간다움을 성찰하는 철학 이야기 역시 ‘죽음’이라는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에서 시작한다. 인간의 경험 세계를 초월하는 형이상학적 세계에 관한 이야기는 죽을 수밖에 없는 유한한 인간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욕구에서 나왔다.


인류는 언어를 갖게 되면서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에 관해서도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신화와 전설, 신과 종교는 이렇게 등장했다. 죽음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은 상상과 허구에 기반한 이야기와 함께 발전했다.


인류 전체를 괴롭히는 물음은 대개 세 가지다.

첫째, 세계는 무엇이며, 인간은 세계를 어떻게 인식할 수 있는가?

둘째,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셋째, 우리가 기대하는 좋은 삶은 어떤 것인가?

이런 질문은 개별적인 과학이 대답할 수 없는 철학의 근본적인 문제들이다.

칸트는 이 세 가지 질문이 궁극적으로 하나의 본질적 문제로 압축된다고 말한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소크라테스. 예수그리스도의 죽음으로 기독교가 생겨났다면, 철학은 소크라테스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고대 그리스 희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가 BC 423년에 쓴 작품 「구름」을 통해 사십 대 중반의 소크라테스와 만날 수 있다. 소크라테스는 다양한 의견들을 논리적으로 파고들어 문제가 되는 사태의 본질에 이르고자 한다. 소크라테스는 대화를 통해 공동으로 진리를 찾을 수 있다고 믿었다.


플라톤. 영국의 철학자 앨프리드 노스 화이트해드는 “서양의 철학적 전통은 플라통에 대한 일련의 주석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의 죽음으로 총격을 받아 아테네를 떠나 방랑 생활을 했다. 돌아와서 피타고라스학파 모델을 따라 최초의 학교 ‘아카데미아’를 설립했다.


플라톤이 사용하는 ‘아이디어’ 즉 ‘이데아’라는 말은 본 모습, 본래 형태를 가리킨다. 우리가 감각적으로 보는 모습이 곧 현상이라면 이데아는 정신적으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아리스토 텔레스. 고대 그리스 철학은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로 완성된다. 그리고 〈아테네 학당〉으로 표상된다. 아테네 학당은 이탈리아 화가 라파엘로가 1509~1511년 바티칸 미술과 ‘서명의 방’에 그린 프레스코 벽화로서, 58명의 인물이 표현되어 있다. 중간에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걸어 나오는 모습이 있다.


글을 남기지 않은 소크라테스가 말로 철학을 했다면, 플라톤은 철학이라는 장르의 글을 창조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학문으로써 고전철학을 완성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우리가 경험하는 사물들을 접근 방식에 따라 세 가지로 분류한다. 첫 번째, ‘이론적인 대상들’- 제일철학, 수학, 자연학. 두 번째, ‘실천적인 대상들’- 윤리학, 정치학, 수사학. 세 번째, 우리가 생산하는 ‘예술적인 대상들’- 수공업, 시학, 의학. 이론과 실천, 예술은 서로 다른 세계의 이해 방식이다. 우리가 경험하는 대상의 성격에 따라 그 이해의 방식이 달라진다. 세계를 올바로 인식하려면 우리가 인식하는 대상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은 ‘왜?’ 또는 ‘무엇을 위해?’라는 질문과 함께 시작한다. 모든 사물에는 원인과 목적(텔로스telos)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논리학, 생물학, 동물학, 기상학, 수사학, 시학, 정치학, 윤리학, 형이상학 등 여러 학문의 아버지로 불린다.


데카르트.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코기토 에르고 숨 Cogito ergo sum” 인식론의 핵심을 이루는 두 질문 “나는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어떻게 아는가?”, “현실은 얼마나 현실적인가?”


로크. 영구의 철학은 경험을 중시했다는 면에서 ‘경험론’으로 불린다. 사물을 인식하고 낱말을 배우는 어린아이를 보면 알 수 있듯 우리의 오성은 아무것도 쓰지 않은 백지와 같다. ‘빈 서판’은 깨끗이 닦아낸 서판이라는 뜻이다. 오직 경험만이 우리가 인식하는 세계를 백지에 써 내려간다.


칸트. 〈순수이성비판〉에서 서술한 철학의 근본 문제는 세 가지다.

‘나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나는 무엇을 바라도 되는가?’ 이 질문들은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라는 물음으로 귀착된다.

칸트는 우주의 하찮은 미물에 불과한 존재인 인간이 인간다울수 있는 것은 오직 자유를 추구하는 도덕적 능력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런 도덕적 이성의 법칙을 ‘정언명령’이라고 부른다.


헤겔. 1820년 발표한 《법철학 강요》에서 도덕은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내면적 문제라면, 법은 모든 사람에게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국가의 질서다. 개인의 도덕은 옳고 그름을 주관적으로 판단한다. 법은 객관적 정신으로서 도덕에 대립하는 반대 정립이다.


자유의지를 가진 개인이 도덕적이라 하더라도 이를 실현해야 하는 사회가 도덕적이지 않다면, 우리는 바람직한 사회를 실현할 수 없다. 개인의 내면적 도덕과 외면적인 추상적 법이 결합해야 한다.

인간은 다른 사람의 인정을 통해 실현되는 자유의지를 갖고 있으며 자기실현은 사회적 영역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사회 제도는 개인과 사회를 통합하여 자유의 이념을 실현할 때 비로소 인륜이 살아 있는 제도가 된다.


인륜의 첫 번째 제도는 ‘가족’이다. 가족은 개인의 일반적 욕구들이 충족되는 장소로서 사랑과 친밀성의 공간이다. 가족은 가장 자연스러운 형식의 인륜이 실현되는 곳이다. 개인의 자유의지가 여기서는 상호 인정을 확인한다. 결혼과 가족은 자연적인 인륜인 사랑의 산물이다. 이런 가족은 국가에 의해 승인되고 보호될 때 비로소 객관적인 제도가 된다.


국가는 서로 배려하는 상호 인정과 사회의 경쟁을 통합하는 제도를 말한다. 권력과 강제의 기관인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인륜적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마르크스. 자본주의가 자기 모슨으로 몰락하고 공산주의 사회가 도래할 것이라는 마르크스의 전망은 유토피아적 꿈이다. 그러나 마르크스가 분석한 자본주의의 문제점은 남아있다. 부와 권력이 소수의 손에 집중되는 한 수많은 사람이 쓸모없는 잉여 존재가 되고 계급투쟁은 계속될 것이다.


니체. 허무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인간을 꿈꾼다. 그 새로운 인간 유형을 ‘초인’이라고 한다. 원숭이에서 진화한 인간 존재의 의미를 되새긴다. “인간에게 원숭이란 무엇인가? 웃음거리 아니면 고통스러운 수치다. 초인에게 인간은 꼭 그와 같은 존재이다.” 니체가 생각한 것은 개인의 창조력과 자율성에 기반한 문화적 진화다.


고대부터 근대까지 철학자 9명의 이론으로 철학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입문서로서 적합한 책이다.


책 소개

『9명의 철학자와 9번의 철학 수업』 이진우 지음. 2022.06.23. 김영사. 155쪽. 11,500원.

이진우. 포스텍 명예교수. 연세대학교 독어독문학과 졸업,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대학교에서 철학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아우크스부르크 대학교 철학과 전임강사, 계명대학교 철학과 교수, 총장,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 역임. 니체 철학 최고의 권위자로 니체가 그랬듯 인간 실존을 둘러싼 문제들에 대해 끊임없이 답을 찾고 있다. 저서. 『개인주의를 권하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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