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 기원에서 유전자 편집까지 흐름으로 읽는 유전학」
이 책의 부제목은 「종의 기원에서 유전자 편집까지 흐름으로 읽는 유전학」이다.
카피는 “생명과 유전 현상의 비밀을 풀어가는 탐정 같은 의학자들의 이야기”이다. 요즘 IT, BT가 대세다. 유전공학에 대해 알고 싶어서 읽었다.
과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유전에 대한 중요한 세 가지 사실이 밝혀졌다.
첫째, 유전에 대한 모든 정보가 ‘유전자’라 불리는 화학 분자에 적혀 있다는 사실.
둘째, 우리가 요리 레시피 지시대로 요리를 만들 듯이 세포가 유전자의 지시에 따라 단백질을 만든다는 사실. 셋째, 생명체가 네 종류의 알파벳을 이용해 유전자에 정보를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직 완전하지 않지만, 유전자 검사를 통해 우리는 자신의 신체적, 정신적 특징뿐 아니라 앞으로 걸릴 수 있는 질병까지도 예측할 수 있다. 언젠가 질병 치료를 넘어 아예 질병에 걸리지 않는 맞춤형 인간이 탄생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체세포: 인제를 구성하는 일반적인 세포. 유전에 관여하지 않는다.
생식세포(배우자): 정자와 난자처럼 자녀에게 유전자를 전달하는 세포.
수정란: 난자와 정자가 결합해 만든 최초의 자녀 세포.
배아: 수정란이 만들어진 후 2주에서 8주까지의 단계. 다양한 세포로 변신할 수 있다.
배아 줄기세포: 어떤 종류의 세포로도 변신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는 만능 세포.
세포 분화: 특정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세포의 형태와 기능이 변하는 과정.
세포는 생명체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로 세포 속 다양한 구조물 중 특히 중요한 세 가지.
미토콘트리아- 생명체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구조물.
리보솜- 세포 내 단백질 공장. 유전정보를 읽고 지시대로 단백질을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세포핵- 유전정보, DNA를 안전하게 유지 보관하는 도서관에 비유할 수 있다.
DNA- 유전 암호가 적혀 있는 기다란 이중나선 분자.
게놈(유전체)- 생명체가 갖고 있는 모든 유전정보, 모든 DNA의 총합.
유전자- 단백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정보를 갖고 있는 게놈의 일부분.
염색체란, 염색이 잘되어 현미경으로 관찰이 용이한 물체라는 뜻이다. 모든 세포의 핵에는 46개 또는 23쌍의 염색체가 들어 있다. 적혈구에는 염색체가 없다. 유전과 혈통을 거의 같은 의미로 사용하는데 정작 적혈구에 핵 유전자가 없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하나 생명체가 가진 모든 DNA, 전체 유전정보를 게놈 또는 유전체라고 한다. 인간 게놈의 2%만이 단백질 정보를 담고 있는데 그 영역을 바로 ‘유전자’라고 한다. 우리는 약 2만 2,000여 개의 유전자를 갖고 있다.
스웨덴 식물학자 카를 폰 린네는 1735년 『자연의 체계』라는 책에 생물이 명칭 방식을 통일하는 ‘종, 속, 과, 목, 강, 문, 계’로 분류하는 이명법을 제안했다. 이명법이 원칙은
① 생물의 이름을 속명, 종명, 명명자(이름 붙인 사람) 순서대로 쓴다.
② 속명과 종명은 라틴어를 사용하며 이탤릭체(기울임체)로 적는다.
③ 속명의 첫 글자는 대문자로, 종명의 첫 글자는 소문자로 적는다.
④ 명명자는 약자를 쓰거나 생략할 수 있다.
진화(evolution)란 무엇일까? 올챙이가 개구리로 애벌레가 나비로 변신하는 것처럼 모양이 바뀌는 것일까? 단지 모양이 바뀌는 것은 변태, 탈바꿈이라 한다.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되는 것이 진화일까? 나이에 따라 키가 크고 모습이 변하는 것은 성장일 뿐 진화가 아니다. 진화는 생물 집단의 모든 유전자가 담겨있는 유전자 풀이 세대를 거치면서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다윈은 “좋은 안면 근육을 갖고 있는 생물들은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었고, 그것을 이용해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했기 때문에 자연선택에서 살아남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잘 웃고, 잘 울고, 잘 화냈던, 자신들의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던 조상들이 후예였다. 조상들이 남겨준 좋은 생존 기술을 우리 또한 아끼지 말고 사용하도록 하자.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말고 주변 사람들과 기꺼이 나누고 상의함으로써 험한 세상에서 생존하는 데 서로 도움을 받도록 하자. 우리는 그렇게 진화해 왔기 때문이다.
생명과학에서 자주 사용하는 단어인 형질과 표현형, 유전자형은
형질- 생물이 갖고 있는 형태와 성질. 머리카락의 색깔, 쌍커플 등 외형적인 특징과 색각, 혀 말기 가능 여부 등 기능적인 것도 형질이다. 개체의 지능과 성격 같은 내적인 특징도 형질에 포함된다. 형질은 유전에 의한 형질, 즉 유전형질을 줄여서 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표현형- 실제 겉으로 드러나는 형질이 타입을 말한다. 머리카락 색깔은 검은색, 갈색 등 다양한 표현형으로 나타난다.
유전자형- 생물이 실제로 갖고 있는 유전자 타입. 둥근 모양의 완두콩은 RR, Rr이라는 두 종류의 유전자형을 가질 수 있는데 순종, 잡종이라고 한다.
사람은 수정 6주까지는 암수 구별이 없다. 7주째에 Y 염색체에 있는 ‘성 결정구역 Y 유전자, SRY 유전자’ 가 작동하면서 남녀의 구별이 가능해진다. 배아는 기본적으로 여성이다.
아미노산은 단백질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다. 4가지 아미노산이 있다.
글루탐산- 음식의 맛을 낼 때 사용하는 천연 조미료가 ‘글루탐산 나트륨(MSG)’이다.
오르니틴- 몸 안이 노폐물을 제거하는 기능이 있어 피로회복제에 많이 들어있는 성분이다.
시트룰린- 체내 노폐물과 암모니아를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수박에 많이 들어있다.
아르기닌- 혈액 순환에 좋아 운동 보조제와 종합 영양제에 자주 사용된다. 필수 아미노산 중 하나다.
생명체는 두 가지 기본적인 능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하나는 자신이 유전정보를 보존해 자식에게 전달하는 능력이고, 다른 하나는 생명현상을 유지하기 위한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능력이다. 유전정보의 보존을 위해서는 DNA나 RNA 같은 핵산이 필요하고 화학반응을 위해서는 단백질 효소가 필요하다.
46억 년 전 원시 지구가 탄생한 후 지구 내부의 물질들이 화산 활동을 통해 수증기와 함께 뿜어져 나왔다. 지구가 식고 원시 바다에는 화학반응을 시작했고, 단세포 생물이 탄생했다. 변이와 자연선택이 반복되면서 단세포 생물은 점차 복잡한 생명체로 진화했다. 그 결과 인간도 탄생했다. 지금까지 지구상에 있는 모든 생명체가 동일한 RNA, DNA 시스템을 갖게 된 이유다. 따라서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인간의 유전자 속으로 들어올 수 있으며, 덕분에 세균의 유전자를 이용해 인간에게 유리한 단백질을 만들 수도 있다.
DNA 유전정보가 mRNA로 옮겨지는 과정을 ‘전사’라고 하고, mRNA 정보가 단백질로 완성되는 과정이 ‘번역’이다 전사와 번역을 합쳐 ‘유전자 발현’이라 한다. 유전자 발현에 의해 생명체가 갖고 있는 유전자형이 실제 ‘표현형’으로 나타난다. 환경에 따라 필요한 유전자만 발현시키는 것을 ‘유전자 조절’이라고 한다.
스완슨과 보이어가 만든 제넨테크는 1978년 유전공학으로 인간 인슐린 ‘휴물린’을 대량 생산하였다. 인체 내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물질을 생명공학을 이용해 인공적으로 대량 생산한 것을 ‘바이오 의약품’이라고 한다.
DNA는 두 가닥이 마주 보는 구조를 하고 있다. DNA 한 가닥은 아데닌, 구아닌, 사이토신, 티민이라는 네 종류 염기로 구성되어 있다. 1990년 미국 정부 주도하에 인간게놈사업기구가 인간게놈프로젝트를 시작하여, 10년 만에 인간 게놈 지도를 완성하였다. 2000년 6월 26일 미국 클린턴 대통령이 역사적인 기자회견을 열었다. “인간 게놈의 1차 조사가 마무리된 것을 축하합니다. 인류가 작성한 지도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경이로운 것입니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통해 인간이 46개 염색체 속에 30억 쌍의 염기 서열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제 간단한 검사로 우리가 어떤 질병에 취약한지 알 수 있고, 그에 대비해 치료받거나 예방에 신경 쓸 수 있게 되었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인간의 희망이 유전자 분석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1978년 최초의 시험관 아기가 탄생했다. 1990년 난자와 정자를 실험실 접시에서 수정시킨 후 자궁에 수정된 배아를 넣기 전에 그 배아가 유전병을 갖고 있는지 미리 확인하는 놀라운 방법이 등장했다. ‘착상 전 유전자 진단’이라고 한다.
1989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비숍과 바머스는 바이러스가 암을 유발하는 원리를 밝혀냈다. 인간의 몸에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유전자들인 암유전자가 100종류 이상임이 알려졌고, 지금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1976년 영국의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을 발표했다. 도킨스는 생존경쟁이 기본 단위가 개체도 집단도 아닌 ‘유전자’라고 생각했다. 유전자의 정의에 ‘오랜 세대에 걸쳐 존속하는 이기주의의 기본 단위’라는 개념을 추가했다. 생명체가 유전자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유전자가 생명체를 숙주로 이용해 자신을 다음 세대로 전달한다고 보았다.
생물의 삶은 유한하다. 하지만 유전자는 불멸을 원한다. 유전자는 불명을 위해 자신이 계속 복제되어 후손에게 전달되기를 바란다. 그것을 위해 유전자는 자신의 숙주를 그저 ‘생존기계’로 만든다. 우리는 유전자의 지시대로 유전자를 자식에게 실어 나르는 단순한 생존 기계였을 뿐이다. 생명체가 늙고 병들어 죽는 이유는 유전자 입장에서 자식을 낳고 더 이상 유전자를 퍼뜨릴 수 없는 생명체가 계속 살아 있을 필요가 없다. 그래서 숙주가 나이 들어 번식 능력을 잃으면 유전자는 노화와 질병으로부터 숙주를 보호하지 않는다.
유전자는 자신이 몸담은 생물이 다른 생명체와의 경쟁에서 살아남도록 형태와 기능을 조절하고, 생존과 번식에 성공하도록 끊임없이 지시를 내린다. 우리의 삶은 불멸을 꿈꾸는 유전자에 의해 조정받고 있다. 부모님들이 장가가라 시집가라 잔소리하는 것은, 40억 년 동안 지속되어 온 유전자의 근엄한 명령 때문이다. 언젠가 나의 삶은 끝나겠지만, 내 유전자는 휴손을 통해 영원히 이어질 것이다.
윌슨과 레베카는 미토콘드리아 DNA를 이용해 인류 조상이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전체 인류의 미토콘드리아가 약 2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살았던 한 여성으로부터 비롯되었음을 알아냈다. 이 사실은 1987년 『네이처』에 발표되었다. 인류 기원에 대한 유전학자들의 발표는 그동안 역사학자들이 발굴했던 화석 증거들과도 완벽하게 일치했다. 이것을 ‘아프리카 기원론’이라고 한다.
2003년 미국 과학자 데니스 드레이나는 인간의 7번째 염색체에서 ‘TAS2RR38’이라는 쓴맛에 대한 유전자를 찾아냈다. 이 유전자가 쓴맛 음식을 받아들이는 미각 단백질을 만드는데, 민감도에 따라 세 가지 타입이 있어 느끼는 정도가 서로 다르다. 가장 예민한 사람은 가장 둔감한 사람보다 100~1,000배 쓴맛을 더 강하게 느낀다. 그래서 아이가 오이를 거부한다면 오이의 쓴맛을 더 예민하게 느끼는 유전자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과학자들은 유전자가 회사처럼 계층 조직을 이루어 일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회사 방침에 대한 의사 결정권이 구성원의 직위에 따라 다르듯, 유전자의 직위에 따라 그 유전자의 영향력은 달라진다. 사장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일어나면 즉각적인 인체 변화가 일어나겠지만, 말단 사원 유전자의 돌연변이는 눈에 띄는 변화를 유발하지 않는다.
인간의 모든 지식과 행동은 경험과 환경적 자극을 통해 배운다는 ‘빈 서판’ 이론이 있다. 인간의 마음은 태어날 때부터 백지상태이며 감각적 경험을 통해 점차 관념과 지식으로 채워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개인의 행동과 성격은 전적으로 환경과 사회적 교육에 의해 형성되고, 이러한 특성에는 유전적으로 결정되는 요소가 없다고 강조한다. 본성보다 양육을 중시했던 새로운 유전적 관점은 과거의 정치제도를 사라지게 만들었고, 민주적인 사회가 도래하는 데 기여했다.
유전자에 관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인간의 과학적 탐구가 어디까지 갈 것인지 궁금해진다.
책 소개
『이토록 재밌는 진화와 유전 이야기』 김은중 지음. 2023.11.24. 반디. 399쪽. 24,000원.
김은중. 고려대학교 의과대학과 대학원 졸업. 고려대학교 안산 의료원에서 임상 조교수로 근무 코 질환 및 알레르기를 주 분야로 연구 및 진료했다. 현재는 시흥 수이비인후과 원장, 고대 안산 의료원 외래 교수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