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서조 Jun 18. 2022

황석영 소설 ‘돼지꿈’을 읽고

황석영 단편소설 모음

제목을 보고 이 책을 읽게 됐다. 책에는 황석영 작가의 중, 단편 소설 9편이 실려있다.

돼지꿈 등 9편의 소설은 7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

개발과 철거, 공단에서 일하는 시골 출신들의 이야기, 월남전에 참전하는 한국군, 뼈 빠지게 일하는 노동자에 관한 이야기기다.     


‘돼지꿈’에 ‘양아치’라는 말이 나온다. ‘양아치’는 넝마주이를 일컫는 말이다.

‘넝마주이’라는 말도 요즘은 사용하지 않아 모른 사람들이 많다.

넝마주이는 노숙자와 같이 일정한 주거 없이 등에 바구니를 메고 집게를 이용해서 폐품을 수집하고 고물상에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들은 폐품만 주워 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없는 남의 집에 들어가 도둑질을 일삼았기 때문에 사회문제가 되었다. 제주도에도 1980년경 제주시 화북동에 재건단이라는 명칭으로 일정한 주거 없이 배회하는 넝마주이를 합숙하게 하고 이들을 경찰서에서 관리했다.

그렇지만 자유롭게 돌아다니다가 합숙소에 들어와서 규칙을 지키는 일이 그들에게는 힘든 일이다.

합숙소를 만들었지만 들어오지 않고 노숙을 하며 도둑질을 일삼는 사람이 말썽을 일으켰다.

엿장수를 하는 주인공 강 씨가 교통사고로 죽은 개를 한 마리 얻어온다.

고기를 먹어 본 지 오랜 동네 양아치, 막노동꾼 모두 포식하는 날이다.

강 씨의 재혼 처에게 아들과 딸이 있다. 공장에 다니는 아들은 손가락이 세 개 절단되어 위로금으로 3만 원을 받고 오다가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신다.

가출했던 딸이 임신을 하고 집에 들어온다. 70 년 대 사회를 그대로 그려낸 작가의 이야기에 푹 빠졌다.    


‘몰개월의 새’는 월남 파병을 위해 훈련을 받는 군인들의 이야기다.

월남 파병을 위해 월남 지형과 비슷한 곳에 훈련장을 만들고 일정 기간 훈련을 시켜서 파병했다.

나는 해병대에서 ‘참새미 교장’이라는 곳에서 훈련을 받은 적이 있다. 월남 파병을 위해 만든 훈련장이다.

훈련장 철조망 너머에는 술집이 있다.

철조망을 넘어 훈련에 고된 몸을 술을 사서 마시며 달랬던 시절이 있다.

작가도 해병대로 월남에 파병된 것으로 추측이 된다. 술집에는 몸을 파는 여자들이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파병 열차가 떠나는 날, 곱게 차려입고 파병 용사들을 환송했다. 아련한 이야기다.     

‘밀살’ 6,70년대 먹을 것이 귀하고 어려운 시절이었다.

요즘은 절도 행위지만, 그 시절에는 ‘서리’라는 이름으로 주인이 아량을 베풀었다.

닭서리, 밀감 서리, 참외서리 등 농, 축산물에 대한 절도 행위가 주로 발생했다.

이 소설에서는 소를 서리라는 미명으로 도둑질하고 도살까지 한다.

소를 끌고 나오는 장면, 도살하는 장면에 작가의 생생한 경험이 있는 것 같다.

현장감 있는 표현에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소를 잡아서 한밑천 마련하고 도시로 가려는 칼잡이와 조수, 신마이의 마음까지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삼포 가는 길’은 영화로 만들었다. 삼포로 가는 정 씨와 영달은 창녀 출신인 백화를 만난다.

백화는 “나 백화는 이래 뵈도 인천 노랑집에다, 대구 자갈마당, 포항 중앙대학, 진해 칠구, 모두 겪은 년이라고.” 거친 입담을 뱉지만, 세 사람은 일행이 된다. 정 씨의 고향 삼포는 섬이었다.

가는 도중 삼포가 다리로 육지와 이어져서 개발이 한창이라는 소문을 듣는다.

정 씨는 고향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다. 마음이 정처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이 책이 1980년 12월에 초판으로 나왔다. 2005년에 2판을 2020년에 2판 21쇄를 찍었다.

세계문학전집 125에 진열되어있다. 기록이 있기에 인간의 기억을 보전해 준다.

소설은 한계가 있는 기억을 과거로 데려가 주었다.     


책 소개

돼지꿈. 황석영 저. 1980.12.15. ㈜민음사. 416쪽 11,000원.

    

황석영 ; 1943년 만주에서 태어났다. 1962년 고교 재학 때 단편 『입석 부근』으로 사상계 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 197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탑』이 당선되었다. 월남전 참전 후 1989년 평양을 방문했다가 1993년 귀국 방북 사건으로 복역 1998년 석방. 무기의 그늘 등 집필     



매거진의 이전글 자네, 좌뇌한테 속았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