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는 성공이라는 단어가 무척이나 단순했다. 시험에서 100점을 맞거나, 달리기에서 1등을 하거나, 누군가에게 칭찬을 받는 것. 그것이 성공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성공이라는 단어는 마치 안개처럼 불분명해졌다.
요즘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단 한 번의 시험 결과로 내 인생의 성공과 실패가 결정된다면, 그건 너무 가혹한 일이 아닐까.
독서실에서 하루 종일 책을 읽고 있을 때,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을 보았다. 창밖으로는 사람들이 오가고, 계절은 변하고, 세상은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5년째 같은 자리에 앉아있다. 꿈을 좇는다는 명목으로. 그 순간 갑자기 의문이 들었다.
"성공이란 무엇일까?"
한국 사회에서 고시란 단어는 특별하다. 그것은 단순한 시험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분기점이다. 합격하면 성공한 인생이고, 실패하면 낙오자가 된다. 적어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다. 나 역시 그렇게 믿어왔다.
그런데 어제 밤, 우연히 읽게 된 책에서 이런 문장을 발견했다.
"당신이 얼마나 빨리 목적지에 도착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당신이 그 여정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는지가 중요하다."
처음에는 그저 위로를 위한 말이라고 생각했다. 실패한 사람들을 위한 따뜻한 거짓말. 하지만 밤새 그 문장이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오늘 아침, 공부를 시작하기 전 창문을 열었다.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5년 전 공부를 시작했을 때도 비가 왔었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얼마나 다를까? 겉으로 보기에는 같은 책을 보는 같은 사람일지 모른다. 하지만 내 안에서는 무언가가 계속 변하고 있었다.
실패할 때마다 무너지는 자존감, 다시 일어서기 위한 몸부림,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을 이겨내는 의지. 이런 것들이 나를 조금씩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왔다. 어쩌면 이것이 진짜 성공의 과정이 아닐까?
어제는 모의고사에서 또 낮은 점수를 받았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분명 향상되었지만, 합격권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 이런 느린 성장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때로는 의심스럽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내가 이해하지 못했던 개념들을 이제는 이해하고 있다. 내가 풀지 못했던 문제들을 이제는 풀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들이 나 안에서 일어나고 있다.
세상의 기준으로 보면 나는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내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나는 매일 조금씩 성공하고 있었다. 포기하지 않는 것, 그것만으로도 작은 성공이다. 매일 책상 앞에 앉는 것, 그것만으로도 작은 승리다.
강아지를 잃은 슬픔에서 시작된 내 꿈은 여전히 나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하지만 이제 나는 안다. 수의사가 되는 것만이 성공이 아니라는 것을. 그 과정에서 내가 누구인지 알아가는 것, 그것이 더 큰 성공일지도 모른다.
오늘도 나는 책상 앞에 앉아 공부를 한다. 합격을 위한 공부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제 나는 다른 시선으로 나 자신을 바라본다. 결과만이 전부가 아니다. 이 지난한 여정에서 내가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 그것이 진정한 성공의 의미가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나는 이미 성공하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