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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속도

by 다니

어제 페이스북을 열었다가 닫았다. 인스타그램을 열었다가 닫았다.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들을 훑어보다가 앱을 종료했다. 원래는 하지 않던 습관인데, 언제부터인가 시험공부를 하다 막히면 으레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게 된다.

이 작은 화면 속에는 모두가 행복해 보인다. 졸업했다는 소식, 취업했다는 소식, 여행 간다는 소식. 한때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던 친구들은 벌써 인생의 다음 챕터를 살고 있다. 내가 5년째 같은 페이지를 읽고 있는 동안.

"너 아직도 공부해?"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물었다. 질문 자체는 단순했지만, 그 안에는 복잡한 의미가 담겨 있었다. '아직도'라는 단어가 마음에 걸렸다. 마치 내가 이미 도착했어야 할 곳에 늦게 가고 있다는 뉘앙스였다. 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붉은 신호등 앞에 멈춰 서서 생각했다.

인생에도 신호등이 있을까? 모두가 따라야 하는 파란불, 빨간불이 있을까?

어렸을 때는 그런 게 있다고 생각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가고, 취업하고, 결혼하고... 정해진 코스가 있고, 정해진 시간에 도착해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의문이 든다.

어제는 책장을 정리하다가 중학교 때 읽었던 동화책을 발견했다. 『토끼와 거북이』였다. 다시 읽어보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어린 시절에는 거북이가 승리했다는 단순한 교훈만 읽었는데, 지금 읽으니 다른 의문이 들었다. 왜 토끼와 거북이는 같은 경주에 참가해야 했을까? 애초에 그들은 비교 대상이 아닌데.

나는 왜 남들과 나를 비교했을까? 내가 늦었다고 생각한 기준은 누가 정한 걸까? 어쩌면 처음부터 비교 자체가 무의미했는지도 모른다.


한 달 전, 모의고사에서 평소보다 낮은 점수를 받고 좌절했다. 그날 밤, 감정을 추스르지 못해 집 근처 공원을 걸었다. 어둠 속에서 벤치에 앉아 별을 올려다보았다. 별들은 제각각의 속도로 빛을 내고 있었다. 어떤 별은 강하게, 어떤 별은 희미하게. 하지만 모두 자신만의 방식으로 밤하늘을 밝히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깨달았다. 내가 5년간 느꼈던 초조함과 불안은 남들과 나를 비교한 데서 온 것이었다. 남들이 도착한 곳에 나는 왜 아직 도착하지 못했는지, 남들이 달리는 속도에 나는 왜 따라가지 못하는지. 그런 생각들이 나를 옥죄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사람마다 다른 출발선에서 시작하고, 다른 길을 걷고, 다른 목적지를 향해 간다. 어떤 이에게는 100미터 달리기일 수 있고, 어떤 이에게는 마라톤일 수 있다. 내 경주는 내 경주일 뿐이다.


어제 오랜만에 일기를 썼다. "내가 가는 길이 맞다. 내 속도로 가는 것이 맞다." 이 단순한 문장을 쓰는 데 5년이 걸렸다. 하지만 이제야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오늘 아침,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거울을 보았다. 5년 전과 다른 얼굴이 거기 있었다. 조금 더 지쳐 보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조금 더 단단해 보이기도 했다. 내 속도로 걸어온 시간이 내 얼굴에 새겨져 있었다. "내 속도가 맞다."

오늘은 이 확신을 안고 책을 펼친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오직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만 비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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