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건데?
앞자릿수가 바뀌니 친구들이 우르르 결혼을 하기 시작했고 나와 같이 비혼 할머니가 될 줄 알았던 친구들도 점차 결혼을 염두에 두고 있게 됐다. 나조차도 결혼을 해야 하는 건 아닌가 흔들렸다. ‘내가 진짜 결혼이 하고 싶은 걸까?’ 마음을 마주하고 들여다보니 S와 함께 있고 싶은 거지 원하는 게 결혼은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 보수적인 부모님을 설득할 용기가 없어 회피하고자 동거가 아닌 결혼을 하고 싶다 착각했던 것이다. 나를 되돌아보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동거를 할 때에는 결혼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한데 요즘 듣는 질문은 더 광범위해졌다. 잘 사귀고는 있는지, 장거리 연애를 얼마나 더 할 건지, 동거를 다시 하진 않을 건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건지, 뭐가 그렇게 궁금할까. 우리는 지금 따로 또 같이 아주 잘 지내고 있다.
내가 만약 결혼을 하게 된다면 그때는 아마 법적으로 결혼이 꼭 필요로 할 때 일 것이다. 바라는 것 없이 단지 한 아이의 우주를 기쁨으로 채워주고 싶을 때, 한 생명의 뿌리와 날개가 되어줄 수 있을 때, 결혼이란 제도를 빌려 쓰지 않을까.
사실 이제 결혼이든 비혼이든 동거든 그 단어 자체는 내게 큰 의미가 없어졌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시간과 환경이 바뀌면 언제든 내 생각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잘 안다. 나와 내 상황을 한 단어로 명사화시키는 것보다 그저 매 순간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은 지금 사랑하시길! 그게 바로 내가 얻은 유일한 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