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사람들
블랙홀에 빠져들 듯
시선을 던진다
휙휙 지나가는 세상에
가벼운 이별을 고하고
덜컹거리는 리듬에
몸을 맡긴다
흔들리는 손잡이는
꼭 잡은 엄마의 손
부딪히는 어깨를
가만히 붙잡는다
붐비지도
여유롭지도 않은 공기 속
그 속에 저마다의
이야기가 피어난다
전철 안은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사람들과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 집중하는 사람들로 흔들리고 있다. 주말 아침의 전철 안은 붐비지도 여유롭지도 않은 딱 그만큼의 공기로 채워져 있다.
“할머니 여기 앉으세요”
커다란 가방을 어깨에 메고 멋쩍은 듯 자리에서 일어나는 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목도리를 예쁘게 둘러멘 키 작은 할머니는 손사래를 치며 어린 학생을 향해 함박 미소를 지었다.
“아이고 괜찮아요. 학생은 어디까지 가요“
”전 금방 내려요 “
“멀리 가는 거 아니에요. 학생~ 그러면 내가 미안해서 안되는데”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할머니와 학생은 마주 보며 눈웃음을 주고받았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는 또 다른 장면이 오버랩되었다.
전철 문이 열리자 앞사람을 제치면 들어와서는
이리저리 둘러보며 어린 학생이 앉은자리로 다가서서 몸을 앞으로 계속 치대는 어른.
마치 자리를 예약이라도 한 듯 젊은이에게 당당하게 앉은자리를 요구하는 어른.
연세가 많은 백발의 할아버지가 앞에 서 계시는 것을 외면한 체 눈을 감아버리는 젊은이.
저마다의 이유와 피곤함에 여유가 없겠지라고 생각하면서도 유쾌하지만은 않은 장면에 눈살을 찌푸렸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침 햇살이 차창안을 비추고 할머니와 학생이 주고받았던 짧은 대화가 따스한 온기로 다가와 마음을 녹인다.
학생은 여전히 전철에 남아 있다.
사진: 제미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