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자리

by 최빛글

여름의 끝물이 가을과 닿는다.

수풀 속 바람이 살랑거리고

풀벌레 소리 귀를 간지럽힌다.

여름이 가을을 불러 손을 내밀면

저녁놀 속에 피어나는 굴뚝 위 흰 연기처럼

흐릿한 기억이 푸른 파도 되어 일렁인다.

고요한 달빛은 짙고 고독한 향기를 뿜어낸다.

하늘의 별들이 은빛 가루 흩뿌리며 찾아들면

추억의 황금 촛대가 등불을 켠다.

헛헛한 마음은 기갈 들린 듯 달려가고

그렁그렁 고여 오는 그리움들이

여민 가슴 틈새로 툭툭 터져 나온다.

사나운 여름이 가을에 자리를 내어주는 그 시간

사람들은 그리움을 삼켜 먹고

마음의 허기를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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