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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멘토파일럿 Jan 18. 2023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

물고기 잡는법

조종간을 잡은 지 20년이 넘게 흘렀다. 

하지만 날씨가 거지같은 날 착륙은 아직도 가슴을 쓸어내리고, 

반년마다 통과해야 하는 시뮬레이터 평가가 다가오면 일주일 전부터 체기가 올라온다.

좀 익숙해질 때도 됐지만 여전히 비행으로 밥벌이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만에 하나 이제 막 비행을 배운 당신이 나와 비행술을 겨루는 내기를 한다면 과연 이길 수 있을까?

진다. 그게 상식이다. 땡전 한 푼 얻어가기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유독 투자에서는 요행을 바라는 이가 너무 많다. 




상대방은 그 돈을 벌기위해 오랜 시간 공부하고 경험을 쌓아 내공을 기른 것인데 제대로 된 지식이나 경험도 없이 도전장을 내미는 사람들을 볼 때면 마이크 타이슨의 한마디가 떠오른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쳐 맞기 전까진…….”


며칠 전 강남에서 경매카페 지인들과 식사를 했다. 

5년 전 내가 신입으로 이 바닥에 뛰어 들었을 때부터 동고동락한 사이로 나 빼곤 다들 방귀깨나 뀌시는 자산가들이다. 

반년에 한번 정도 같이 임장을 가거나 식사를 하며 주고받는 대화 속엔 내가 알지 못했던 투자 철학과 다양한 노하우가 살아있다. 

최근 트렌드에 맞게 머릿속 투자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하는 기분이랄까? 

엔간해선 소재로 삼기힘든 돈 얘기를 소양강댐 방출하듯 깔깔거리며 시원하게 쏟아낸다.

배설욕 해소로 온몸을 휘감는 엔돌핀이 조만간 우리가 다시 만나야 하는 마약 같은 이유가 된다.

나에겐 워런버핏이나 세이노 같은 대가와의 식사시간 버금가는 자랑하고 싶고 소중한 시간이다. 



처음엔 그분들이나 나나 토지경매를 배우러온 수십 명의 회원 중 한명이었지만, 소수의 우리는 살아남았고 많은 사람이 작별인사도 없이 사라졌다.  


이유가 뭘까?


스승님이 가입 초기에 “00님은 좀 오래 볼 것 같습니다…….” 라고 툭 던지듯 했던 말을 기억한다. 

‘아니 가입비가 얼만데 당연 오래봐야지’ 생각하고 넘겼는데 서당 개 마냥 3년을 넘기니 이제 나도 촉이 좀 온다. 


우리는 물고기 잡는 법을 배우려고 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고기를 잡아 주길 원했다. 


그것도 고래 같은 큰 고기를...


혹시 아는가? 

조각배를 탄 당신이 고래 등에 작살을 던지는 그날 높은 확률로 하나님을 마주하게 될 것이란 걸.



설령 그 어려운 걸 해낸 당신이 고래를 뭍으로 건져 올렸다 치자.

파는 능력도 저장할 냉동 창고도 없는 당신에게 남는 건 딱 거실 냉장고만큼의 고기만 남을 것이다. 




전문가반이라고 만들어진 단톡방에서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우리 몇 명뿐이었다. 

공부를 해야 내가 얼마나 무지한지 알 수 있고, 그걸 알아야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아직도 부자가 아니고 제대로 아는 것도 없이 돌아서면 까먹어 버리는 후진 뇌를 달고 살지만 그분들 모임에 나를 깍두기로 끼워주는 건 부지런한 태도와 계속되는 공부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젯밤 개설 일주일 만에 이웃이 50명에 육박한다고 자랑을 했더니

“블로그 조회 수 높으면 돈도 준다며?” 화색하며 물어보곤 내 블로그 이름을 아이들에게 물어본다. 

내 글이 맘에 든 건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집 아침밥에도 ‘플레이팅’이 등장했다. 

이러니 사랑할 수밖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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