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머물지 못하는 계절
영원하리라는 기대는
애초에 하지 않았다
사실, 시작부터 늘 불안은 따라다녔다
지난 계절은 지독히 강렬했고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으리라는 예상은
그닥 틀린 적이 없었기에
마음의 준비를 한다는 건
발 하나도 온전히 담그지 못하는 것과 같아서
뗄 듯 말 듯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어느 틈 사이에 낀 듯이
제대로 앉지도 서지도 못했다
그마저도 마땅히 누리지 못하고
발길을 돌린다
언제나 아쉬운, 서글픈 계절임을 알기에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도
밀리듯 가야 한다는 걸 알기에
과거를 회상한다
지금보단 오래 머무를 수 있었다
낙엽을 충분히 물들이고도 남았다
열매를 익히고도
마른 가지로 버티던 날들이었다
낙엽 구르는 소리를 들으며
마음도 쓸어 담던 시절이었지
그래 그랬었다!
누구에게 뺏긴 계절인지
빼앗긴 계절은
제 빛, 제 소리 한번 못다 지르고
등 떠밀려 떠나고 만다
언제 다시 올 수 있을지,
이 계절이 마지막일지
누군가는 이름마저 앗아가고
누군가는 사이에 끼였다고 말한다
존재조차, 의미조차 희미해지는 계절
그 빼앗긴 계절에 목놓아 울어준다
그거라도 해줘야 가는 발걸음 떨어질까
울어라도 줘야,
대신 울어라도 줘야 덜 아플까 싶은 마음엔
날카로운 바람이, 거센 바람이
휘휘 불어 장단을 맞춘다
어떤 계절이든
언젠가는 잊힐지도 모른다는 불안은
마찬가지라서…….
가을이라는 계절은 점점 귀해진다.
한 달 남짓이나 되려나!
어디서부터 가을인지,
언제까지 가을인지 경계도 모호해졌다.
짧고 귀한 계절이 또 소리 없이 간다.
여름의 맹렬한 기세에,
겨울의 매서운 기세에,
기한번 제대로 펴지도 못하고
말라버린 낙엽을 닮은 가을이 주춤주춤 떠밀려간다. 끌려간다.
사진출처:개인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