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삶의 연장선
코끝 시린 겨울,
바지락이 제철이라, 칼국수를 먹기 위해 바닷가를 찾는다.
갯벌 앞 부두에 자리한 가게.
어부와 그 아내들이 칼국수와 파전을 파는 중이다.
기대감에 들뜬 발걸음이 하나둘 모여든다.
회색빛 가건물로 들어서는 행렬이 끝없이 이어진다.
다글다글 모여든 사람들의 열기와 웅성거림!
사나운 갯벌바람에도 가게안과 밖은 사람들의 욕망으로 후끈후끈하다.
기대에 차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빼곡히 들어찬 식탁과 의자를 두고 눈치 싸움이 치열하다.
생존과 우위는 생명의 본성이라, 움직임이 잽싸다.
좋은 자리를 선점하고 말겠다며
몸부터 움직이는 사람들.
시선은 몸보다 먼저 방향을 향하고,
몸은 이미 달려 나가기 시작한다.
준비 땅!
키오스크 위를 누르던 손길이
“띵동”소리를 내면 몸은 분주하다.
짝을 이룬 사람들은
‘주문부터!’라는 문구 따위 모른 체하며,
자리부터 차지한다.
의기양양하게 테이블 번호를 손으로 알려주거나,
소리를 질러 집중시킨다.
밥 먹고 살기가 편해졌다고
저절로 끼니가 해결되진 않는 까닭이겠지!
자리를 잡는다고 끝이 아니다.
시선은 주방을 향한다.
목이 늘어지려는 찰나,
진정을 위해 밑반찬이 깔린다.
젓가락질을 하며 맛을 예감하기 시작한다.
잠시 찾아온 여유에 분위기가 풀어지는 것을 느낀다.
그것도 잠시,
채워지지 않은 허기에 분위기는 다시 과열된다.
허기진만큼 눈치싸움은 치열해진다.
시선이 주방을 향하면,
바깥만큼이나 분주한 주방이 눈에 들어온다.
햇빛에 그을렸던 얼굴이
뽀얘지기 시작할 때쯤
바지락이 철이기 때문이었을까?
바지락의 속살 같은 뽀얀 얼굴로 음식을 준비 중이다.
밀가루처럼 하얀 얼굴을 바라본다.
"맛있게 드세요!"
잿빛 갯벌을 뒤집던 투박한 손으로
새하얀 밀가루를 치대
뽀얗게 우려낸 칼국수 한 상이 눈앞에 차려진다.
모락모락 뽀얀 김아래로, 앙다문입술 강제로 벌려져 버린 조개들과
얼기성기 뒤엉킨 면들이 보인다.
그위로 초록의 대파와 애호박, 붉은 당근이 날씬하게 잘려 얹어져 있다.
얼기성기 면의 그물들 사이로 바지락들이 제법 걸려있다.
이번 항해는 성공적이다.
와!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만족한 입꼬리가 ‘씩’ 올라간다.
만족스러운 성과에 맛에 대해, 푸짐한 양에 대해 얘기하는 목소리로
식당 안은 다시 웅성거린다.
만족의 팡파르가 수다스럽게 이어진다.
찬 겨울바람을 이길 뜨끈하고 시원한 국물과 허기를 달래줄 면,
제철을 맞아 쫀득하고 실한 바지락이 먹는 재미를 더한다.
이만하면 소란스러울만하다.
다글다글 사람들이 모여들만하다.
"후루룩, 후루룩"
"후룩, 후루룩!"
"다그락다그락!"
"잘 먹었다."
투박하게 끓여낸 포근한 칼국수 한 그릇에
다글다글 바지락과 뽀얀 국물 한 사발 가득 담기는 날이다.
매일, 매 순간 변하는 삶의 변덕과 굴곡에도 영글어지는 모든 생명과
다글다글한 삶의 의지를 담아 삶이 "보글보글" 별 속에서 따뜻하게 익는 중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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